다른 파장과 에너지를 지닌 두 감마선 입자가 똑같이 빛의 속도로 우주 공간을 날아가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에너지·파장과 상관없이 일정
양자중력이론 예측 일부 틀려
양자중력이론 예측 일부 틀려
‘아인슈타인이 옳았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의 ‘페르미 감마선 우주망원경’이 73억 광년의 거리를 날아온 감마선 빛을 관측해 분석해보니 빛속도는 에너지나 파장과 무관하게 늘 일정하다고 보았던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여전히 옳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천체물리학자들이 밝혔다. 이 연구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최근호에 실렸다.
1905년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이 관측자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에서 ‘시공간’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모든 빛은 진공의 시공간에서 늘 초속 30만㎞로 날아간다는 ‘광속 불변의 법칙’을 특수 상대성이론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후에 양자이론과 상대성이론을 통합해 ‘만물의 이론’을 만들려는 물리학자들은 미시의 양자세계에선 시공간의 진공에서 ‘양자요동’이 일어나며 고에너지와 만날 때 상호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빛의 에너지가 클수록 빛속도는 느려진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이 분야의 연구자인 김상표 군산대 교수(천체물리학)는 “바다가 멀리서 보면 평탄하지만 가까이 보면 물거품을 일으키며 요동하는 것처럼 양자세계에선 시공간이 요동한다는 게 ‘양자요동’의 의미”라며 “아인슈타인 이론에선 에너지와 파장에 관계없이 빛속도는 일정하지만, 양자중력이론에선 빛속도가 양자요동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예측돼 왔다”고 말했다.
두 가설이 맞서 있는 가운데, 페르미 감마선 우주망원경이 7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두 중성자별의 충돌로 생긴 엄청난 에너지의 감마선 입자들이 지구 쪽으로 날아오는 것을 지난 5월 처음 포착했다. 포착된 감마선 입자 하나는 다른 것에 견줘 무려 100만배가량 큰 에너지를 지니고 있었기에, 아인슈타인에 도전한 새로운 양자중력이론이 맞다면 두 입자의 도착 시각은 몇 분가량 달라야 했다. 하지만 결과는 0.9초 차이에 불과했다. 여러 분석 방법을 동원해 연구팀은 두 빛 입자가 7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동시에’ 출발했음을 입증했다.
김 교수는 “빛이 무려 73억 광년이나 날아오는 동안에 불과 0.9초 차이만을 나타냈다면 이는 사실상 에너지 차이가 빛속도에 영향을 끼친다는 양자이론의 일부 예측이 틀렸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감마선 폭발은 평균적으로 석탄 3×10³³t을 태우는 것과 같은 에너지를 발산하지만, 우주 공간에서 감마선이 방출되는 원리는 아직 분명하게 규명되지 못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다른 연구에선 감마선 빛 입자의 도착 시각이 4분가량 차이를 나타내 양자중력이론 쪽이 의기양양했는데 이번엔 지난해의 분위기를 뒤엎었다”며 “이번 연구의 분석은 매우 신뢰할 만하고 결정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와 양자시공간연구센터는 2일부터 4일까지 한국과 이탈리아의 천체물리학자들이 모인 가운데 감마선 폭발과 상대론적 천체물리학에 관한 심포지엄을 서강대 마태오관에서 열고 있다.
오철우 기자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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