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의 국립과천과학관을 찾은 어린이와 시민들이 관람장을 둘러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어린이·청소년 체험교육장으로 운영 치우쳐
“과학과 사회연관성 다룰 공간 필요” 목소리
“과학과 사회연관성 다룰 공간 필요” 목소리
“혼자 과학관 전시실을 거니는 40대 남자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 왜 우리 과학관엔 어른들이 볼만한 전시 프로그램들이 이토록 적은 걸까?”
우리나라 과학관이 지나치게 어린이와 청소년 체험 교육용으로 짜여 있어 현대 과학관의 다양한 기능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3일 국립과천과학관 1돌을 맞아 과천과학관과 과학기술학회·과학사학회가 ‘현대 사회에서 과학관의 역할’을 주제로 연 학술대회에서 여러 발표자들은 우리 과학관의 청소년과 성인용 프로그램의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우리 과학관이 어린이·청소년 위주로 짜여 있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현옥(이화여대 과학교육학 박사과정)씨는 1990~2008년 국립중앙과학관 관람객을 분석한 조사에서 어른 대 청소년 비율이 ‘26 대 74’로 나타나 국립중앙박물관의 ‘42 대 48’에 견줘 어른 관람객이 매우 적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과천과학관의 1년간 관람객에서도 성인 대 청소년 비율이 대략 34 대 57로 나타났는데, 어른 관람객들은 대부분 ‘아이 교육을 위해 따라왔다’고 말할 정도로 과학관은 어린이와 청소년 중심”이라고 지적했다.
임소연(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박사과정)씨는 ‘성인용 과학관’을 따로 만들거나 성인용 전시 프로그램을 넓히는 방향으로 과학관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학문화가 어린이와 청소년의 전유물이기라도 한 양 과학관이 ‘학교 밖 체험교육 현장’ 정도로 정형화한 것이 한국 과학관의 현주소”라며 “과학관은 과학기술이 불러일으키는 사회의 중요 문제를 토론하고 수준 높은 과학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밖의 체험교육 시설이라는 기능과 더불어 우리 시대의 지식과 문화 자산으로도 과학관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국내외 과학관을 비교·연구해온 최경희 이화여대 교수(과학교육)는 국내 과학관에선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에 관한 소양을 높이는 프로그램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학관이 과학기술의 긍정적 측면만을 강조하다 보면 “과학기술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갖게 할 수 있다”며 “과학기술의 윤리 측면과 문제, 한계 등을 다뤄 다각적 견해를 지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과천/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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