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성유전 물질의 유전자 작동 일례
환경 따라 유전형질 달라진다는데…
한국 후성유전학 연구자들
내년 출범 국제연구 참여뜻
한국 후성유전학 연구자들
내년 출범 국제연구 참여뜻
유전자 염기서열 정보가 같은 쌍둥이라도 사는 환경에 따라 다른 유전형질을 나타낼 수 있다는 ‘쌍둥이의 비밀’을 풀어줄 만한 국제 공동연구 사업이 출범한다. 어떤 환경에서 살며, 어떤 음식을 먹느냐, 어떤 습관을 지니느냐에 따라, 디엔에이(DNA) 염기서열의 변화 없이도 유전자가 다르게 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후성유전학’ 연구 프로젝트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과 김영준 연세대 교수는 지난 30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국제 후성유전체 공동연구 참여 전략’을 주제로 한 전문가 좌담회를 열어 “세계 후성유전학 연구자들이 최대 규모로 참여해 ‘후성유전 물질’(에피게놈)을 연구하고 그 인체 지도를 작성하려는 ‘국제 인간 에피게놈 프로젝트’(IHEP)가 이르면 내년 여름께 출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을 중심으로 내년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최종 준비모임을 여는 이 프로젝트는 그동안 미국·유럽 등에서 이뤄져온 여러 프로젝트를 뛰어넘는, 단일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유럽연합,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한국 등이 참여 뜻을 밝히고 있다.
후성유전학은 디엔에이 염기에 달라붙는 메틸기 같은 화학물질이 유전자의 작동을 끄거나 켜는 구실을 하며, 이런 후성유전 물질의 특정 패턴이 한 세대에 생겨나 다음 세대로 유전되기도 한다는 사실 등을 밝히면서, 우리 몸의 설계도인 유전자만으로는 다 이해되지 않는 생명현상을 연구하는 생의학 분야로 주목받아왔다. 암 질환이 유전자는 정상이어도 후성유전 물질의 영향으로도 생길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되기도 했다.
좌담회에서 허광래 생명연 박사는 “인간 유전체(게놈) 프로젝트에 우리나라가 참여하지 못한 탓에 여러 기회를 잃었는데, 에피게놈 프로젝트엔 한국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별 유전체를 연구하는 서정선 서울의대 교수는 “이런 연구들이 개개인 질환의 진단·치료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도 중요하다”며 “게놈과 단백질 연구와 서로 연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