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 동남아서 북쪽 이주”
10개국 과학자, 남방계설 제기
북방계·두갈래 이주설과 ‘충돌’
10개국 과학자, 남방계설 제기
북방계·두갈래 이주설과 ‘충돌’
아프리카에서 나온 인류는 아시아 대륙에서 어떤 길을 따라 퍼져나갔을까? 아시아인이 동남아시아 지역을 거치는 ‘단일한 이주 경로’를 통해 각지로 퍼져나갔다는 유전체 연구 결과(지도)가 나옴에 따라, 한국인의 뿌리가 남방계에 주된 기원을 두고 있다는 학설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북방계의 한반도 유입도 상당했다는 다른 연구들도 있어, 한국인의 기원에 관한 결론을 내리려면 더 많은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아시아 10개국 과학자 90여명은 개인별 유전자 변이(SNP)를 비교해 73개 민족집단의 유전자 다양성이 아시아 각지에 어떻게 분포하는지 분석해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선 유전자 다양성이 동북아시아인보다는 동남아시아인한테서 더욱 크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아시아인의 이주가 ‘남쪽에서 북쪽 방향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음을 뜻한다”고 연구에 참여한 생명공학기업 테라젠의 박종화 바이오연구소장은 말했다. 동아시아인의 이주 경로는 하나이며 그 기원은 동남아로 보인다는 학설이다. 박 소장은 “이번 분석은 지금까지 연구들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며 데이터 분석의 신뢰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번 연구의 결론이 단정적으로 제시되진 않았다. 연구팀은 논문 말미에서 “이번 연구가 (북방계의 또다른 이주 경로가 있었다는) ‘두 갈래 이주 가설’이 틀렸다고 입증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에선 남방계와 북방계의 ‘두 갈래 이주’ 가설을 지지하는 연구자들도 여전히 여럿 있다. 서정선 서울대 교수는 “이번 연구가 현재 6억명이 넘는 북방계 알타이족의 이주 경로를 설명해주진 못한다”며 “현대·고대 한국인의 게놈을 분석한 데이터에선 한국인이 주로 북방계의 후손이거나 남·북방계의 혼합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남방계로 이뤄졌다는 중국 학자의 가설이 크게 반영된 해석”이라며 “북방계에 대한 충분한 분석 없이 한국·일본인의 이주 경로를 얘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논문의 결론을 수긍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한반도에는 북방계 집단이 빙하기를 피해 먼저 들어왔고 이후에 농경문화 확산과 더불어 중국 남부에 머물던 남방계가 들어와, 다수의 남방계와 소수의 북방계가 섞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김욱 단국대 교수 연구팀은 아시아 민족집단들을 대상으로 모계 혈통을 보여주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와 부계 혈통을 보여주는 와이(Y)염색체 유전자를 분석해보니 한국인의 이주가 다단계의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논문을 지난 1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에 냈다. 김 교수는 “흥미롭게도 남방계 이주 때 남성의 이주가 두드러졌음을 보여주는 데이터도 있는데 당시에 농경 인력인 남성이 많이 이주했던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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