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모 연구재단 이사장
박찬모 연구재단 이사장
“결과는 실패로 나타나더라도 연구 성실성만 인정되면 실패를 받아들이는 제도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창의와 도전을 갖춘 연구자들한테는 실패를 무릅쓰고 기회를 주자는 뜻이지요.”
학술진흥재단과 과학재단을 통합해 지난해 6월 출범한 한국연구재단의 박찬모 이사장은 12일 <한겨레>와 한 새해 인터뷰에서 “그동안 실패는 늘 연구자들한테 불이익만 주는 바람에 성공이 보장된 안전한 연구가 선호됐는데, 앞으로 아이디어만 좋다면 실패도 용인하는 ‘성실실패 용인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제도는 연구재단에 ‘연구사업 관리전문가’(피엠·PM, 프로그램 매니저)의 인선이 마무리되는 대로 이르면 상반기 안에 도입될 예정이다. 박 이사장은 “올해는 피엠들이 전문성과 공정성을 갖추고 연구과제를 기획·선정·관리하는 제도가 본격 시행되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현재 21명의 상임 피엠들을 거의 다 인선했다”고 말했다.
큰 권한과 자율권을 지닌 피엠들이 본격 활동하면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분야의 연구과제 선정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박 이사장은 기대했다. 무엇보다 소규모의 개인 연구가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피엠은 운영 예산의 5%까지 심사과정 없이 지원 대상을 선정할 수 있어, 실패 위험은 크지만 창의적인 연구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물론 피엠에 대한 평가와 감사 제도는 따로 강화해 운영할 예정이고요.”
평양과학기술대학의 공동설립위원장이었던 박 이사장은 새해가 남북 과학기술의 교류를 넓히는 해가 되기를 바랐다. 그는 “지난해 설립돼 오는 4월 문을 열어 북한 대학생들을 받는 평양과기대에 남한 학자도 파견돼 올해엔 북한 강단에 서는 첫 남한 학자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대학으로 세워진 이 대학의 운영총장은 현재 김진경 연변과기대 총장이 맡고 있다.
과학기술과 인문사회를 아우르는 연구 지원을 맡고 있는 터라, ‘융합’은 연구재단의 열쇳말이 됐다. 박 이사장은 “과학기술의 장기 트렌드도 융합·복합 쪽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화, 지구온난화, 신성장 동력의 해법을 찾는 데 이젠 한계점에 이르고 있어요. 이젠 단일 분야의 연구보다는 과학기술 분야들의 융합, 인문사회와 과학기술의 융합, 첨단과 전통 기술의 융합 등으로 새로운 해결책을 찾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고 봅니다.”
오철우 기자, 사진 한국연구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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