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호 교수팀, 상관관계 분석
올해 혹한, 폭설로 사람들에게 친숙해진 용어가 ‘북극진동’이다. 북극진동은 북극의 기압변화에 따라 북극의 냉기가 ‘진자운동’처럼 저위도 지방으로 내려왔다가 올라가기를 반복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 지수로 나타낸 것이 북극진동지수로, 북극에서부터 북위 20도 사이의 해면기압 편차에 의해 구해진다. 이 지수 값이 음이면 극지방의 해면기압이 평년보다 높은 경우로, 이럴 경우 중위도(북위 37~45도)에 극지방으로부터 찬공기 유입이 강해진다. 지난해 12월 북극진동지수는 -3.413으로, 2008년 같은 기간 지수가 0.648이었던 것과 비교해보면 올겨울 추위의 맹위에 수긍이 간다.
‘북극진동’이 좋지 않은 인상을 만회할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 건국대 이승호 교수 연구팀은 <대한지리학회지>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한국의 황사 출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에서 겨울철의 북극진동지수와 4월 황사출연 일수가 상당히 의미 있는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봄철의 북극진동지수가 음의 값이면 강도가 강한 황사의 출현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올겨울 북극진동지수가 음의 값이니 황사 출현 일수가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남반구에 나타나는 남극진동이 북반구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에 대한 명확한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남극진동지수가 양의 값일 때 시베리아 고기압의 강도가 약화한다는 것이 통설이다. 따라서 겨울철 남극진동지수가 양의 값이면 시베리아 고기압의 강도가 약화돼 황사 발원지 기온이 상승하면서 황사 출연 빈도가 증가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지난해 12월 남극진동지수는 0.607로 양의 값이지만 2008년 12월의 1.194에 비하면 크게 낮아졌다. 연구를 수행한 건국대 김선영씨(박사과정)는 “적어도 올해는 지난해보다 황사 발생 빈도가 증가할 가능성이 낮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 황사연구과의 백선균 박사는 “현재 황사 예측은 발원지의 바람, 기온, 강수량, 강설량 등 황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4가지 요소만을 토대로 분석한다”며 “1월까지의 수치를 집계해 2월 하순께 봄철 황사 예보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신 황사연구과장도 “북극진동지수 등은 장기적 변화를 분석하는 데 유용한 변인이겠지만, 단기간의 황사 예측에는 바로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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