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트로. 강물이나 오염된 물에 직접 기구를 대고 물을 마실 수 있도록 개발된 발명품으로 세균을 죽이는 필터가 내장돼 있다. 베스터가드 프란센사(스위스)
‘사탕수수 연료’ 아이티 전수 등 개발문제에 공학 접목
MIT 등 인기강좌…국내도 사단법인 창립 활동 본격화
MIT 등 인기강좌…국내도 사단법인 창립 활동 본격화
재난의 나라 아이티. 새해 벽두 강진으로 참혹한 재앙을 맞은 아이티는 지진 이전에도 허리케인으로 번번이 재난을 당했다. 온 국민이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니 산림의 90%가 황폐화돼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학생들은 2003년 이 문제를 풀기 위해 현지를 방문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조사 결과 취사와 난방 연료로 장작이나 차콜을 사용하는 비율이 95%가 넘었다. 부뚜막에서 나오는 연기로 인한 호흡기 질환율도 심각했다. 학생들은 세계적 사탕수수 생산국인 아이티 농부들이 설탕을 추출한 뒤 사탕수수 폐기물을 그대로 버려두는 데 주목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고안한 공정과 직접 설계한 설비로 사탕수수 숯(차콜)을 만들어 주고, 주민들에게 기술을 전수했다. 소외된 90%를 위한 공학기술 이른바 적정기술이다. 적정기술이란 주로 개발도상국에 적용되는 기술로, 첨단기술과 하위기술의 중간 정도 기술이라 해서 중간기술, 대안기술, 국경없는 과학기술 등으로 일컬어진다. 국내에서 적정기술 활동을 벌이고 있는 크리스천과학기술포럼의 김찬중 박사(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는 “적정기술의 정의가 무엇인지, 어떤 기술이 적정기술에 속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그 기술이 그 나라 어느 지역의 어떤 문제를 해결해 주는 데 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다면 그것을 적정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적정기술의 연원을 마하트마 간디의 물레로까지 끌고 올라가는 이도 있다. 당시 인도의 목화를 수입해 옷으로 가공한 뒤 인도인에게 비싸게 되팔던 영국에 맞서는 데 물레로 옷 짓는 기술은 말 그대로 ‘적합한 기술’이었다. “부유한 10%를 위해 공학설계자의 90%가 일을 하고 있다”며 “세계의 수십억 고객들이 2달러짜리 안경과 10달러짜리 태양전지 손전등, 100달러짜리 집을 바라고 있다”고 강조한 정신과 의사 출신인 폴 폴락은 적정기술의 주창자로 꼽힌다. 그는 1981년 국제개발사업(IDE)이라는 가난한 농부들을 돕는 기업을 세워 관개용 페달 펌프, 태양력 정수기 같은 도구를 만들어 팔고 있다.
왼쪽은 물을 길어 나르는 큐-드럼. 어린아이라도 약 100리터의 물을 손쉽게 운반할 수 있게 설계돼 있다. 오른쪽은 수동 세탁기. 발로 페달을 밟아 작동하는 수동식 세탁기계. 매사추세츠공대 디랩
왼쪽은 사탕수수숯. 사탕수수 폐기물과 진흙 등을 섞어 만든 숯. 벌목을 줄일뿐더러 장작이나 나무숯보다도 화력이 좋다. 오른쪽은 세발 휠체어. 좁고 험한 길목 등을 편리하게 지나다닐 수 있도록 설계한 휠체어. 매사추세츠공대 디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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