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여러 과학 분야들이 어우러지는 융합·복합 연구가 새로운 10년 동안에 더 많은 분야에서 더 자주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사진은 생명과학 분야 연구소의 실험실.
[‘2020년 과학’의 길을 묻다] 과학의 융합·복합 연구 흐름 더 커질듯
* 수물화생 : 수학·물리·화학·생물
* 수물화생 : 수학·물리·화학·생물
다른 길로 달려왔던 과학 분야들이 어울려 제3의 연구성과를 만들어내는 ‘융합·복합 연구’는 지금도 과학계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열쇳말이다.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 온>과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생물학연구정보센터가 벌인 설문조사에서 상당수 과학자들은 이런 융합 연구가 새로운 10년 동안에 더 많은 분야에서 더 자주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 융합으로 ‘난제 해결’ 기대 과학자들의 전망을 들어보면, 융합 연구는 ‘수·물·화·생’(수학·물리학·화학·생물학)의 학문 울타리를 더 낮출 것으로 보인다. 박형주 포스텍 교수는 “20세기의 중요한 수학 문제 해결엔 개인 연구자의 노력과 천재성이 중요했지만 최근 수학의 문제에선 다른 분야와 협력해야 풀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런 추세를 ‘중요한 변화’로 지적했다. 그는 양자컴퓨터 개발 과정에서도 수학과 물리학, 컴퓨터공학의 융합이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주영 고등과학원 교수는 “물리, 화학, 생물, 기상, 천체 등의 실제 자연현상은 수많은 요소들의 상호작용으로 이뤄져 규명이 어렵다”며 “컴퓨터 성능 향상과 방법론의 발전으로 기상 변화, 생명현상, 원자·분자 수준의 물성 연구 등에서 큰 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설문에서 융합 연구는 생명과학이 다 풀지 못한 문제를 수학, 물리학, 화학이 가세해 푸는 ‘협력 융합’의 모습으로 자주 제시됐다. 이상엽 카이스트 교수는 “생물학, 정보기술, 나노기술이 융합해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미생물, 맞춤형 의·약학, 항바이러스·백신 개발, 뇌와 소통하는 컴퓨터 등에서 진전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오세정 서울대 교수는 “물리학에서 개발된 방법들이 생명과학 연구에 더 많이 응용돼 중요한 발견을 이룰 것”이라고 보았으며, 전승준 고려대 교수는 “생명현상을 설명하는 과학적 진보와 이를 설명하는 새로운 수학·물리 이론의 발전”을 주요한 융합으로 꼽았다.
■ 신재생 에너지 ‘강세’ 뚜렷 익명으로 답한 한 과학기술 학회장은 “석탄·석유에 의지하지 않으며 밀도 높은 에너지 저장 장치와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생활의 모든 기구들을 친환경 물질로 전환하는 기회로도 작용할 것”이라며 “지난 100년 삶의 방식을 전반적으로 바꾸는 전환기가 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상욱 과학기술정책학 박사는 “기후변화 문제,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나는 문제가 계속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에 연구자들한테 강한 동기 부여가 될 것이며 정부와 민간의 투자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구과학 분야의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 예측 연구가 향후 10년 동안에 지금보다 더 정밀하게 더 큰 규모로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 중요한 진전들, 그리고 컴퓨터 우주천문학자들은 첨단의 우주 관측장비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천문학의 새로운 발견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재우 세종대 교수는 “현재 개발중인 지름 25m짜리 거대 마젤란망원경(GMT)을 비롯해 대형의 지상·우주 망원경들이 우주의 기원과 진화에 관해 더 상세히 알려줄 것”이라며 “현재 알려진 우주관을 검증하거나 새로운 우주관이 필요해질 수도 있어 향후 10년의 천문학 발전은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양자컴퓨터의 본격 개발을 예고하는 응답들도 여럿 나왔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생명현상의 이해 증진, 사회과학의 자연과학적 이해와 더불어 양자컴퓨터가 주요 변화의 중심이 될 것으로 꼽으면서 “21세기 나노과학이 양자 컴퓨팅의 등장으로 이어질 것이며 원자 수준의 양자 컴퓨팅으로 인간의 계산능력은 더욱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상당수 과학자들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가장 큰 변화는 생명과학과 더불어 컴퓨터, 인터넷, 정보통신 기술에서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