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연구팀 규명
나이 든 세포, DNA 손상 감지시 스스로 파괴
나이 든 세포, DNA 손상 감지시 스스로 파괴
세포 노화의 비밀이 한 꺼풀 더 벗겨졌다. 영국 뉴캐슬대와 독일 울름대의 분자생물학자들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이 현대생물학의 최대 수수께끼인 세포 노화의 원인과 과정을 규명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학술지 <분자시스템생물학>에 발표된 이번 연구에서 따르면, 세포 노화는 ‘생명체의 자기보존을 위한 자해’에 가깝다.
노화된 세포로 구성된 조직은 피부 주름과 심장 쇠약 등 신체적 퇴보현상을 보이게 되는데, 이는 특정한 내부 신호 때문이다. 나이를 먹은 세포는 유전자 본체인 디엔에이(DNA)의 수명소모에 따른 손상을 감지할 경우, 세포에 스스로 파괴하거나 분열을 멈추라는 내부 신호를 보낸다. 디엔에이 손상으로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돌변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다.
과정은 이렇다. 노화세포가 보내는 내부 신호는 세포의 호흡과 에너지 발생을 담당하는 세포내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를 자극해 세포내의 ‘유리기’분자들을 산화시킨다. ‘유리기’란 전자쌍을 이루지 않은 자유전자(부대전자)를 지녀 화학적 반응성이 큰 원자단인데, 이때 발생된 유해한 활성산소가 이번에는 거꾸로 세포를 스스로 파괴하거나 분화를 멈추게 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로 당장 불로장생의 묘약을 생산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포 노화의 생화학적 경로가 규명됨에 따라, 당뇨병이나 심장병 같은 노화 관련 질병에서 더 좋은 치료약이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뉴캐슬대 노화건강 연구소의 톰 커크우드 소장은 “이번 연구 성과는 우리가 노화와 관련된 질병들과 더 성공적으로 맞서고 암과 같은 부작용의 위험을 피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게 됐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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