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저온에서 ‘분자’ 화학반응 오히려 빨라
미국 연구팀…기존 상식 뒤집어
기체에서 액체, 다시 고체로 가는 과정에서 분자들의 움직임은 점점 약해져 절대온도 0(0K=섭씨 영하 273.15도)에서는 화학반응이 없을 것이라는 게 상식이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와 콜로라도대의 실험천체물리학합동연구소(JILA) 과학자들은 절대온도에 아주 근접했을 때 분자들은 오히려 훨씬 빠른 속도로 화학반응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몇 나노K(1nK는 0K보다 섭씨 10억분의 1도 높은 온도) 상태에서 1㎤의 공간에 1조개의 분자를 넣어놓고 관찰을 했다. 이 분자는 칼륨 원자와 루비듐 원자로 구성됐으며, 칼륨은 음의 전기를, 루비듐은 양의 전기를 띠었다. 일반적으로 분자들은 서로 충돌하고 반응을 해 새 화합물을 만들면서 열을 발산한다. 그런데 극저온의 분자들은 충돌은 하지 않으면서도 서로 원자를 바꿔치기하는 것이 관찰됐다. 또 분자들이 극저온으로 갈수록 움직임이 느려지면서도 원자 교환은 매우 빠르게 일어났다. 이들은 스핀 상태에 따라 반응 속도가 달라지는 양자역학적 반응을 한 것으로 연구팀은 해석했다.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최근호에 실렸다. 이들의 성과는 생물학, 신물질 및 에너지 개발, 양자컴퓨터 등 여러 분야에 새로운 시각과 개념을 가져다 줄 것으로 평가받았다. 연구를 이끈 국립표준기술연구소의 준 예 박사는 “우리는 화학을 이루는 새로운 기초 원리를 발견했다”며 “화학반응들을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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