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우리나라의 항공·우주 관련 각종 비행체들이 두 달에 한 번꼴로 쏘아 올려지는 등 화려한 항공우주쇼가 한해 내내 이어진다. 지난 5일 방문한 대전 대덕연구단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실험연구동에서는 연구원들이 나로호 2호와 함께 발사될 과학기술위성 2호, 올해 말 우주여행에 나설 아리랑 5호 등 각종 인공위성을 조립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번 달 초동비행에 나서는 한국형 헬기(KHP), 스마트 무인기 등 비행체들의 막바지 점검에도 혼신을 다하고 있었다.
■ 아리랑 5호는 환경시험 준비중 실험연구동에 들어가려면 우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방진포로 만들어진 하얀색 가운을 입어야 한다. 그 뒤에도 20여초 동안 에어목욕으로 바깥세상의 먼지를 모두 반납해야 출입문을 통과할 수 있다. 아리랑 5호는 대형 열진공 체임버 앞에서 환경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연구원들은 실보다 가느다란 열 감지 센서를 한올 한올 위성에 붙이고 있었다. 모두 280가닥의 센서를 붙여야 하는데 현재 반 정도 완료했다. 이 작업이 끝나면 금값보다 비싸다는 단열용 다층박막판 옷을 입혀야 한다. 20겹으로 된 이 박막판은 상공 550㎞에서 태양을 바라보는 쪽의 섭씨 100도와 반대쪽의 영하 180도 극한 온도를 차단해 위성을 보호한다.
아리랑 5호는 국내 최초의 전천후 영상레이더 지구관측위성이다. 아리랑 2호의 광학카메라는 맑은 날 낮에 2차원 영상밖에 찍지 못하지만 영상레이더카메라는 비 오는 날이나 밤에도 3차원 영상을 찍을 수 있다. 김진희 항우연 팀장은 “해상도를 최대 20m까지 낮출 경우 촬영 폭을 100㎞까지 넓힐 수 있어, 32만㎢에 이르는 쓰촨성 지진 현장을 단박에 찍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리랑 5호는 3월 말이면 1차 환경시험을 볼 예정이다. 열진공 체임버에 들어가 한 달 동안 모진 우주환경을 견디는지 실험해보는 것이다. 체임버 안은 10억분의 1기압의 진공상태와 영하 180도의 극저온 상태가 유지된다. 위성과 함께 연구원들도 3교대로 꼬박 자리를 지켜야 한다. 이주진 항우연 원장은 “대형 열진공 체임버는 작은 것을 외국에서 수입해 10년 동안 써본 뒤 2006년 12월 순수하게 우리 기술로 만들었다”며 “지름 9m, 깊이 13m로 세계에서 7번째로 크다”고 설명했다. 아리랑 5호는 10월 러시아 야스니발사장으로 옮겨진 뒤 연말께 우크라이나 드네프로발사체에 얹혀 발사될 예정이다.
체임버 바로 앞에는 환경시험을 통과한 과학기술위성 2호가 6월 초 나로호 2호에 실려 우주여행을 하기 위해 대기를 하고 있었다. 앞서 우리나라 최초의 정지궤도 위성인 통신해양기상위성(통해기위성)이 실험을 마치고 프랑스로 이동했다. 통해기위성은 4월22일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쿠루발사장에서 쏘아 올려진다.
■ 수리온·스마트 무인기 초동비행 임박 우리나라를 세계 11번째의 독자 헬기 생산국 대열에 올려놓을 한국형 헬기 ‘수리온’의 초동비행이 10일로 다가오면서 항우연 연구자들의 긴장감이 한층 높아져 있었다. 속도가 케이티엑스와 비슷한 시속 263㎞인 수리온은 저격수 2명과 특전단 1개 분대 등 13명이 탑승할 수 있는 기동헬기다. 항우연은 그동안 맡아온 로터와 연료탱크 등 각종 구성품 납품을 지난 2~3일 이틀에 걸쳐 마쳤다. 로터는 최신 복합재로 만들어 피로수명을 1만시간으로 늘렸다. 미국의 유에이치60(블랙호크)의 8000시간보다도 길다. 연료탱크는 20m 상공에서 자유낙하해도 새지 않도록 설계됐으며, 12.7㎜ 기관총 탄알이 뚫어도 저절로 메워지도록 특수 재질로 제작됐다.
미래 자가용 비행기(PAV)의 전신이 될 무인 항공기인 ‘스마트 무인기’도 초동비행을 위해 전남 고흥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센터에 대기중이다. 김재무 스마트무인기사업단장은 “최종 조립이 끝나 지상실험을 마치면 4월께 초동 비행 실험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글·사진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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