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최연소 졸업’
이준희 미 UCSD 연구원
노화 조절 단백질 발견
이준희 미 UCSD 연구원
노화 조절 단백질 발견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을 최연소 졸업한 한국인 과학자가 노화를 조절하는 기능을 지닌 단백질을 발견했다. 이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표지에 실렸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주립대(UCSD) ‘유전자통제 및 신호변환 연구실’의 이준희(31) 연구원은 9일 ‘세스트린’이라는 단백질이 노화 및 근육 감소, 동맥경화 등 노화 관련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들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초파리 연구를 통해 알아냈다고 밝혔다. 세포에 에너지가 부족해지면 ‘에이엠피케이’(AMPK)라는 단백질이 활성화되면서 노화가 늦춰지고, 과다영양 상태가 되면 ‘표적단백질’(TOR)이 활성화되면서 노화가 촉진된다는 사실은 밝혀졌지만, 이 두 단백질의 활성을 균형 있게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사람의 세스트린과 구조와 생화학적 기능이 똑같은 세스트린을 가진 노랑초파리에서 이 단백질을 없앤 뒤 관찰을 했다. 그 결과 초파리가 성장하는 데는 이상이 없었으나 지방축적, 부정맥, 근육퇴화, 심박수 감소 등 노화와 관련된 병리이상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에이엠피케이를 올리거나 표적단백질을 내려주는 약물을 투여하면 이런 증상이 일부 호전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연구 성과는 이준희 연구원을 제1저자로 <사이언스> 5일치(미국시각)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연구 책임을 맡은 마이클 카린 석좌교수(약물학)는 언론 인터뷰에서 “언젠가 세스트린 유사물질로 노화를 방지하고, 근육감소증이나 알츠하이머병 등 나이가 들면서 빈도가 높아지는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재 포스텍 교수(생명과학)는 “사람한테 적용하는 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세스트린이 사람에게도 존재하는 단백질(유전자)이라는 점에서 노화 방지 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준희 연구원은 “초파리보다 좀더 인간과 유사한 생쥐 모델을 사용해 세스트린의 기능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 2006년 카이스트를 최연소 졸업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또 2007년 <네이처>에 논문을 싣는 등의 연구업적을 평가받아 그해 과학기술부가 주는 ‘미래를 여는 우수과학자 10인’에 뽑히기도 했다. 카린 교수는 염증과 암 관련 연구로 유명하며, 박진모 미 하버드대 교수 등도 그의 연구실에서 배출됐다. 현재 문하에 있는 박익중 연구원도 지난 1월22일 과학저널 <셀>에 에이엠피케이 단백질 관련 논문을 게재하는 등 카린 교수는 ‘한인 생명과학자 교관’으로 통한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사이언스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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