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학교 3학년 과학교과서에 실려 있는 달 위상변화 그림. 오른쪽의 태양빛을 받아 밝은 부분이 표시된 우주 관찰자 관점과 지구에서 바라볼 때 왼쪽이 밝은 부분이 표시된 지구 관찰자 관점이 혼재돼 있어 교사나 학생이 이해하기 어렵게 돼 있다.
우주에서 봤다가 지구에서 봤다가
검인 6종 조사…관점 뒤섞여 ‘달의 위상’ 설명 뒤죽박죽
검인 6종 조사…관점 뒤섞여 ‘달의 위상’ 설명 뒤죽박죽
중학교 과학 교과서에 나오는 ‘달의 위상변화’ 설명이 허점투성이인 것으로 지적됐다. 채동현 전주교육대 과학교육과 교수는 13일 중학교 3학년 과학 교과서를 검토한 결과 달의 위상변화를 설명하는 부분에 관점이 혼재돼 있고, 실험 내용 또한 학생들의 정확한 이해를 돕기보다 오히려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분석은 검인정 교과서 8종 가운데 일선 학교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6종을 대상으로 했다.
ㄱ교과서에 삽입된 삽화(그림 참조)의 경우 우주 공간에서 지구와 태양, 달을 모두 바라보는 우주 관찰자의 관점과 지구에서 달의 위상을 관찰하는 지구 관찰자 관점이 뒤섞여 있다. 삽화에는 해가 오른쪽에서 비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초승, 상현은 오른쪽 부분만이 밝은 우주 관찰자 관점의 그림으로 돼 있는 반면 보름, 하현, 그믐달은 오른쪽으로 고정되지 않은 지구 관찰자 관점의 그림들이다.
채동현 교수는 “관점이 혼합된 이런 방식의 교과서 삽화는 교사나 학생들의 이해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이해를 방해한다”며 “2차원적 관점이나 3차원적 공간 개념을 구분해 이해할 수 있도록 일관성 있는 삽화와 서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조사에서 달의 위상변화 삽화를 싣고 있는 5종의 교과서 가운데 4개 교과서가 이런 혼재된 관점의 삽화를 싣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ㄴ교과서는 달의 위상변화에 대한 설명에서 ‘달이 지구를 공전하는 동안 그 위치에 따라 햇빛을 받는 부분이 초승, 상현, 망, 하현, 삭 등으로 변하기 때문’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이는 달이 태양빛을 받는 부분(면적)은 일정한데도 마치 달이 햇빛을 받는 부분(면적)이 다른 것처럼 오해를 할 수 있게 한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ㄷ교과서도 상현달을 설명하면서 ‘달의 모습이 오른쪽 절반만 보인다’고 기술하고 있다. 채 교수는 “‘오른쪽 절반’이라는 용어는 2차원적 표현으로 지구 그림자에 의해 달의 위상이 생긴다는 오개념을 심어줄 수 있어 3차원적인 표현인 ‘구의 오른쪽 전면 4분의 1’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ㄹ교과서의 경우 ‘달의 위상변화 작도 실험’ 등 다양한 실험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 또한 두 관점이 혼재돼 있거나 실제 현실과는 다른 상황으로 연출하고 있는 점이 보완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9일 대전 충남대에서 열린 한국지구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이근영 선임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