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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다시마·미역에서 생물전지 ‘깜빡깜빡’

등록 2010-04-13 19:48

식물의 광합성과 생물전지 실험 개념
식물의 광합성과 생물전지 실험 개념
조류의 광합성 돕는 전자 뽑아내 전류 생산 성공
번식력 왕성한 단세포 조류 이용한 점 주목받아
과학적 입증단계…실용화하려면 효율성 높여야
많은 생물들은 식물한테서 에너지를 ‘빼앗아’ 살아간다.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태양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바꾼 뒤 축적해 놓은 녹말, 포도당 등은 생물들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제 식물에서 직접 전기 에너지를 얻는 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류원형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13일 조류에서 직접 전류를 얻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조류 세포의 광합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자를 외부로 뽑아내 전류를 만드는 생물전지를 만든 셈이다. 조류는 광합성을 하는 수생 생물로 김, 미역, 다시마, 우뭇가사리 등도 여기에 속한다.

식물의 광합성은 크게 태양 에너지를 사용하는 명반응과 태양 에너지와 관계없이 일어나는 암반응으로 나뉜다. 명반응은 엽록체 안의 틸라코이드 내막이라는 곳에서 일어나는데, 빛 에너지는 이곳에서 물을 광분해해서 양성자(프로톤·H+)와 산소(O₂) 그리고 전자(e-)를 만들어낸다. 양성자는 세포 내부의 생리 현상을 일으키는 데 쓰이고, 전자는 틸라코이드 막을 통해 빛처리 시스템인 광계Ⅰ과 광계Ⅱ 과정을 거치면서 여러 분자들과 산화와 환원 작용을 한다.

연구팀은 실험 대상으로 호수 등에서 녹조 현상을 일으킬 정도로 번식이 뛰어나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클라미도모나스 레인하드티’라는 단세포 조류를 선택했다. 조류를 고정시키고 원자힘현미경(AFM)을 이용해 아주 길고 뾰족한 초미세 전극을 세포막을 통해 엽록체 내부에 삽입했다. 30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금으로 된 이 전극은 세포막을 통과하면서도 막을 훼손하지 않았다. 이 금 전극을 통해 광합성 과정에 형성된 전자가 다른 전극으로 전달됐다. 연구팀은 이 고에너지 전자가 무기탄소를 설탕이나 다당류 등 화학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일을 하기 전에 가로챈 것이다.

광합성을 통해 태양 에너지가 다당류로 변환되는 수율은 25~27%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는 이론적인 계산에서고, 실제로는 이보다도 훨씬 낮아 4~5%에 불과하다. 바이오디젤이나 알코올 등은 이 낮은 효율로 생산된 포도당을 원료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여기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광합성 과정에 생성된 전자가 이산화탄소 고정에 사용되기 전에 빼내야 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연구팀의 전류계에 기록된 것은 1.2피코암페어(1피코암페어는 1조분의 1암페어)에 불과하다.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면 제곱센티미터당 6밀리암페어까지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실리콘 태양전지가 제곱센티미터당 35밀리암페어까지 효율이 나오는 것과 비교하면 현재로선 발전시설로는 아직 가능성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 제임스 바버 영국 런던대 생물화학과 교수는 <뉴사이언티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연구”라고 평가하면서도 “이런 전자 수집 방식의 대규모화는 실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류 교수는 “태양전지의 효율이 특정 파장과 관련이 있듯이 생물전지도 특정 파장대에서는 실리콘기반 전지보다 높은 효율을 보일지 모른다”며 “가령 적외선 쪽 파장대가 강한 유럽 쪽에서는 태양전지보다는 생물전지가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리콘기반 전지의 생산시설 및 운용 비용 부담을 고려하면 생물전지의 효용성이 결코 낮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류 교수도 아직은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단계이고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빼낸 전자를 사용한 뒤 식물에 다시 집어넣어주는 단계에 대한 연구와 이런 작동이 식물의 상태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정밀한 분석도 필요하다. 생물전지가 식물의 이산화탄소 고정을 방해한다면 대체 에너지로서의 효용 가치가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리 브루드비그 미국 예일대 화학과 교수는 <디스커버리 뉴스>에 “이번 연구는 조류 세포들을 이용해 태양 에너지를 전환하는 새로운 공정을 상상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해주었다”며 “이는 곡물을 키우고 수확하는 것보다 더 직접적으로 자연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방법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의 논문은 과학저널 <나노 레터스> 4월호에 실렸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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