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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인핸서RNA “나도 단백질 만드는 일꾼”

등록 2010-05-25 21:47

분자생물학의 중심원리
분자생물학의 중심원리
유전자 복제 유도효소·강화인자의 결합으로 형성
미 텍사스대 김태경 교수 발견…‘적극적 기능’ 증명
모든 생물은 세포핵 속에 존재하는 유전자(디엔에이·DNA)를 전사한(베낀) 아르엔에이(RNA)를 번역해 단백질을 만듦으로써 생명을 영위한다. 디엔에이가 설계도 원본이라면 이를 보고 만든 설계도 사본을 가지고 벽돌과 창틀 등을 만들어 집을 짓는 셈이다. 디엔에이의 나선구조를 발견한 영국 생명과학자 프랜시스 크릭은 1958년 이를 분자생물학의 ‘중심원리’(센트럴 도그마)라고 이름지었다.

단백질을 만드는 번역 작업에는 세 종류의 아르엔에이가 동원된다. 전령아르엔에이(mRNA)는 세포핵에서 설계도면을 세포 안 단백질 공장인 리보솜에 전달해주는 구실을 하고, 운반아르엔에이(tRNA)는 이 설계도에 맞는 아미노산(단백질 재료)을 리보솜에 날라준다. 리보솜아르엔에이(rRNA)는 리보솜을 구성하고 있다.

2001년 인간 유전체(게놈·디엔에이)가 완전히 해독된 뒤 생명과학자들은 10년의 연구를 통해 아르엔에이가 셋으로 이뤄진 ‘핵가족’이 아니라 대가족인 사실을 밝혀냈다. 유전자와 단백질의 기능을 조절하는 ‘꼬마’ 마이크로아르엔에이(microRNA),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에스아이아르엔에이(siRNA), 동물들의 정자 생산과 유지를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진 파이아르엔에이(piRNA) 등이 잇따라 발견됐다. 이들은 단백질 번역에는 관여하지 않아 ‘논코딩 아르엔에이’(non-coding RNA)라 부른다.

아르엔에이 가족에 또 하나의 식구가 늘어났다. 미국 텍사스대 남서의료센터의 김태경 신경과학과 교수는 25일 유전자 전사 조절요소의 하나인 ‘인핸서’가 인핸서아르엔에이(eRNA)로 전사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디엔에이가 아르엔에이로 전사되는 과정에는 프로모터(시발인자), 인핸서(강화인자), 사일런스(침묵인자), 인슐레이터(절연인자) 등 여러 전사 조절요소들이 관여한다. 인핸서는 유전자 끝부분이나 유전자 밖에 존재하지만 전사가 더욱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촉진하는 구실을 한다는 사실은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그러나 인핸서의 위치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김 교수는 지난해까지 근무했던 하버드대에서 첨단 시퀀싱(염기서열 해독) 기술인 ‘아르엔에이 섹’(RNA-Seq)을 이용해 쥐의 뇌에서 1만2000개의 인핸서를 찾아냈다. 특히 전사를 유도하는 물질인 중합효소(폴리머라제)가 이 인핸서에 달라붙고, 이를 통해 인핸서아르엔에이가 형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인핸서가 생명 현상에서 보조 구실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생물학적 기능’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논문은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에 게재됐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주립대의 빙 렌 교수는 <네이처> ‘뉴스와 비평’에서 “연구팀이 단백질로 번역되지 않는 또 하나의 아르엔에이를 찾아낸 것은 매우 흥미롭다”며 “인핸서의 변이로 생기는 여러 질병들(다지증 등)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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