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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초미니 나로센터, 우주강국 큰 꿈 쏜다

등록 2010-06-08 22:22

나로우주센터 조감도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센터 면적의 ‘100분의 1’
설비 지하설치로 한계 극복
시설·부품 우리 기술로 완성
‘멘토’ 러시아에도 인정받아
나로호 2차 발사를 하루 앞둔 8일 전남 고흥군 봉래면 예내리 1번지 나로우주센터로 가는 길은 파란 하늘, 맑은 바다가 어우러지고 뱃고동 소리가 정적을 깨우는 여느 바닷가와 다를 바 없었다. 우주센터 중앙에 자리한 발사통제동 안은 초긴장으로 숨이 막힐 지경이지만, 한창 물이 올라 푸르디푸른 숲에 둘러싸인 건물 밖은 한가롭기 그지없었다. 우주여행을 꿈꾸며 하늘을 향해 우뚝 서 있는 나로호만이 내일의 예사롭지 않은 일을 예고하고 있을 뿐이었다.

나로우주센터는 지난해 6월11일 준공됐다. 첫돌을 이틀 앞두고 우주센터에서 우리나라를 우주개발 10대국으로 발돋움시킬 또 한번의 ‘큰일’이 치러지는 것은 뜻깊다. 센터의 총면적은 507만㎡, 시설부지는 37만㎡로, 세계 어느 우주센터보다 작다. 총면적으로는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570㎢)의 100분의 1도 안 된다. 초미니 우주센터이지만 이곳은 우리나라가 세계 ‘스페이스 클럽’ 회원에 걸맞은 기술력을 키우는 보금자리다. 민경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나로우주센터장은 “위성 발사 뒤 발사체를 추적하는 일부 장치만 수입했을 뿐 통제 소프트웨어는 100%, 발사대시스템은 90% 이상을 우리 기술로 완성했다”며 “우주센터 건설에 도움을 준 러시아가 오히려 일부 기술과 부품에 대해 역수출 상담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발사대 지상에는 나로호 발사체를 세우고 지지해주는 발사패드와 이렉션만 보이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발사대 아래에는 지하 3개층의 공간에 80여개의 방이 연결돼 있다. 이곳에는 연료와 산화제 저장 및 공급 시설, 지상과 지하 시설을 총괄 운용하는 발사관제설비, 로켓이 발사할 때 나오는 최고 섭씨 3000도의 화염을 식히기 위한 ‘화염유도로 냉각시스템’ 등이 설치돼 있다. 냉각시스템에서는 고온고압의 화염으로부터 지상설비를 보호하기 위해 초당 900ℓ의 냉각수를 분사한다. 발사대 시스템의 273개 서브시스템을 연결하는 전선 길이만 서울-대전 거리인 140㎞에 이른다. 추진제 공급설비에는 헬륨과 산화제인 액체산소 등을 공급하는 배관 1.5㎞가 문어발처럼 깔려 있다. 이 공급시스템은 400기압의 고압에 견뎌야 할 뿐더러 머리카락 굵기의 5분의 1 크기인 20마이크로미터(1㎛는 10만분의 1미터) 이상의 불순물 입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발사체 실패 원인의 66%가 추진시스템 하자이며, 불순물 입자가 그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라승호 항우연 발사대개발팀장은 “2008년 여름 러시아에서 지상인증용 발사체가 들어오기 전 한 달 반 동안 밤낮으로 연구를 해 불순물 문제를 해결했다”며 “이후 러시아 전문가들이 우리를 동등한 기술자로 대우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반도체 강국인 점이 작용했다. 높은 청정도와 순도를 갖는 가스 생산을 위해 수립된 품질 기준을 바탕으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추진체 공급설비의 청정기준을 수립한 것이다.

나로우주센터의 공간적 한계는 극복할 ‘도전’이었지만 우리 연구개발팀은 독특한 설계로 ‘응전’했다. 발사 때 발생하는 화염 때문에 발사대 주변의 시설은 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하지만 애초부터 나로우주센터에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할 지형이 없었다. 연구개발팀은 바다 위 선박에서 로켓을 쏘는 ‘해상 발사’에 주목했다. 해상 발사대는 발사를 위한 설비들은 격벽화된 선실에 배치하고, 선상에는 발사체 기립·지지 구조만 노출시킨다. 이 개념을 도입해 발사동 주요 설비들을 지하에 배치하는 설계를 한 것이다.

나로우주센터 건설에는 러시아가 제공한 설계 문서가 절대적인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러시아 문서의 기준대로 기술과 부품을 사용하려면 가격이 비쌀뿐더러 국내에서 조달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연구개발팀은 수만쪽에 이르는 도면과 규격서 대부분을 국내 생산 또는 수입 등으로 조달할 수 있는 부품으로 수정했다. 가령 발사체를 세우는 이렉터 하부에 들어가는 베어링을 러시아에서 특별히 주문생산한 고가 베어링 대신 우리나라 산업계에서 상용하는 범용 베어링으로 대체했다. 러시아 이렉터 담당자는 우리 연구팀한테 “향후 러시아 발사대 개발에도 범용 베어링을 채택해야겠다”며 생산회사에 대해 물어보기까지 했다.

민경주 센터장은 “지난해 나로호 1차 발사는 위성이 정상궤도에 안착하지 못했지만 발사 과정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나로우주센터의 성능은 100% 검증을 받았다”며 “러시아 쪽도 이를 인정해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발사장에 구축할 새 발사대시스템 개발에 함께 참여할 것을 우리 쪽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고흥/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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