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눈물은 더 짜다고?
과학향기
눈물에 관한 몇 가지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드리려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제 직업은,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눈물 평가사가 되겠군요. 미국드라마 중에는 얼굴의 표정만으로 사람의 속마음을 알아내는 수사물이 있습니다. 눈가 주름의 움직임이나 입이 삐죽이는 모습 등 표정만으로 진범인지 아닌지를 가려내지요. 당연히 거짓말은 통하지 않습니다.
제 작업 방식도 그와 비슷합니다. 대신 저는 눈물을 이용합니다. 감정을 분석할 대상의 눈물을 모아서 성분을 분석해 그 눈물이 자극적인 물질 때문에 나온 반사적 눈물인지, 화가 나서 나오는 눈물인지, 기뻐서 나오는 눈물인지를 파악합니다. 실험할 눈물만 모을 수 있다면 언제나 정확한 결과를 드립니다. 눈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요.
제가 했던 눈물 분석 중 몇 가지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여배우 J양은 눈물 연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 커다란 눈동자에 순식간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고 쉴 새 없이 흘러내리지요. 눈물연기의 비결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이, “배역에 몰입하면 자연스럽게 눈물이 흘러요.”라고 대답하곤 하죠.
진실을 알려면 먼저 여러분께 눈물의 종류에 대해 말씀 드려야 합니다. 우리가 흘리는 눈물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평소 아무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입니다. 흰자위에 있는 60여 개의 덧눈물샘에서 1분에 1.2µl씩 나오는 눈물이죠. 사람은 보통 2~3초에 한번씩 눈을 깜빡거려 눈물을 배출시킵니다.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섭니다. 극소량이기 때문에 우리가 느끼지 못하지만 눈물이 없다면 눈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둘째는 양파 껍질을 까는 등 자극적인 물질을 접했을 때나 눈에 이물질이 들어갔을 때 등 자극에 의해 반사적으로 나오는 눈물입니다. 셋째는 감정의 눈물입니다. 기쁠 때, 슬플 때, 화가 났을 때, 감동했을 때 인간은 눈물을 흘립니다. 감정에 따라 눈물을 흘리는 것은 인간뿐입니다. 그러기에 감정을 연기하는 사람이 쏟아내는 눈물에 우리는 공감하고 감동할 수밖에 없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여배우 J양의 눈물은 위의 3가지 눈물 중 어떤 것일까요? 셋째 감정의 눈물일까요? 아닙니다. 아쉽게도, 그녀의 눈물은 둘째로 말씀 드린 반사적 눈물이었습니다. 사실 그녀는 카메라가 돌기 전 남몰래 특수 제작된 양파액을 눈 밑에 발라왔습니다. 전 운 좋게도 그녀가 흘리는 눈물을 모아 분석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J양이 상당한 양의 눈물을 흘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죠. 일반적으로 감정의 눈물인 경우 반사적 눈물에 비해 단백질 성분이 많은데, J양의 눈물 성분은 반사적 눈물에 가까웠습니다. 또 그 눈물에는 ‘카테콜라민’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 성분이 적었습니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감정이 북받쳐 나오는 눈물에는 카테콜라민의 함량이 높아지지요. 양파 깔 때 자연적으로 나오는 눈물에 비해 2배 가량 높은 함량을 보입니다. 그러나 여배우 J양의 눈물에는 카테콜라민의 함량이 현저히 낮았습니다. 그녀의 눈물은 감정 몰입의 결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J양의 연기가 눈물의 성분과는 상관없이 일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눈물 연기를 보면서 울컥하는 마음에 따라서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습니다. J양의 눈물이 양파액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알고 난 뒤에도 감동은 그대로랍니다. 그러니 J양, 앞으로는 힘들게 눈물의 성분을 속이지 않아도 될 거랍니다. 다음 사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기업가 L씨와 P씨는 같은 지역 출신으로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같은 동문입니다. 두 사람은 같은 업계에서 기업을 경영하면서 경쟁자이자 친구라는 쉽지 않은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최근 L씨의 기업이 사활을 걸고 매달린 해외 입찰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L씨의 기업은 입찰에 성공했지요. P씨는 L의 성공을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그 눈물은 진정 기쁨의 눈물이었을까요? 기뻐서 흘리는 눈물, 슬퍼서 흘리는 눈물, 분노하거나 화가 나서 흘리는 눈물은 성분에는 큰 차이가 없으나 농도에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화가 났을 때 흘리는 눈물은 다른 감정에서 흘리는 눈물보다 짭니다. 교감신경이 흥분해 수분은 적고 염화나트륨은 많은 눈물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교감 신경이 자극을 받아 흥분하게 되면 눈을 평소보다 크게 뜨고 눈의 깜박임은 줄기 때문에 눈물이 포함하는 수분의 증발량이 많아집니다. 그러니 눈물이 짜지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P씨의 눈물은 상당히 짰다는 것만 밝혀두겠습니다. 다음 사례는 현대판 카사노바라 불리던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수많은 여성들을 웃고 울게 했던 그의 무기는 바로 눈물이었습니다. 남자는 평생 세 번 운다는 말을 믿고 자란 대한민국 남자라면 그게 바람둥이의 무기가 되겠냐고 의아해하시겠지만, 그의 눈물 앞에 콧대 높은 여자들도 모두 애틋한 마음으로 돌아섰다지요. 각설하고, 그는 많은 눈물을 뿌렸습니다. 하지만 그건 눈물이 아니었습니다. 분명 짠맛이 돌지만, 그저 식염수 나부랭이였지요. 눈물의 98.5%는 물이고 나머지 1.5%는 염화나트륨, 염화칼륨 등의 염류와 알부민 등의 단백질과 지방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짠맛이 나는 물이라면 대략 눈물과 비슷하기는 하겠지요. 그러나 눈물의 1.5%에는 작지만 특별한 성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리소자임(lysozyme)입니다. 1921년 알렉산더 플레밍은 눈물과 침에서 마이크로코커스 레이소데이크티쿠스 균을 죽일 수 있는 리소자임을 발견했습니다. 눈물에는 리스테리아와 스타필로코커스 같은 미생물을 죽일 수 있는 항생물질도 있지요. 그의 눈물에는 그런 천연의 항생물질이 전혀 발견되지 않더군요. 자, 그가 신이 내린 묘약을 흉내낸 것에 대한 벌을 받았을지 궁금하신가요? 물론입니다. 식염수나 눈물이나 그게 그거라며 마구 눈에 집어넣고 가짜 눈물을 흘린 끝에, 그의 눈은 일찌감치 망가졌습니다. 식염수로 늘 눈을 세척한 꼴이니 눈에 좋은 항균물질도 씻겨 내려가 버렸기 때문이지요. 여러분도 눈의 청결을 유지하겠다고 손을 닦는 것처럼 물로 눈알을 ‘뽀드득’ 닦는다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꼴이 된다는 걸 명심하십시오. 눈에는 눈물이 보약이니까요.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과학향기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둘째는 양파 껍질을 까는 등 자극적인 물질을 접했을 때나 눈에 이물질이 들어갔을 때 등 자극에 의해 반사적으로 나오는 눈물입니다. 셋째는 감정의 눈물입니다. 기쁠 때, 슬플 때, 화가 났을 때, 감동했을 때 인간은 눈물을 흘립니다. 감정에 따라 눈물을 흘리는 것은 인간뿐입니다. 그러기에 감정을 연기하는 사람이 쏟아내는 눈물에 우리는 공감하고 감동할 수밖에 없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여배우 J양의 눈물은 위의 3가지 눈물 중 어떤 것일까요? 셋째 감정의 눈물일까요? 아닙니다. 아쉽게도, 그녀의 눈물은 둘째로 말씀 드린 반사적 눈물이었습니다. 사실 그녀는 카메라가 돌기 전 남몰래 특수 제작된 양파액을 눈 밑에 발라왔습니다. 전 운 좋게도 그녀가 흘리는 눈물을 모아 분석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J양이 상당한 양의 눈물을 흘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죠. 일반적으로 감정의 눈물인 경우 반사적 눈물에 비해 단백질 성분이 많은데, J양의 눈물 성분은 반사적 눈물에 가까웠습니다. 또 그 눈물에는 ‘카테콜라민’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 성분이 적었습니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감정이 북받쳐 나오는 눈물에는 카테콜라민의 함량이 높아지지요. 양파 깔 때 자연적으로 나오는 눈물에 비해 2배 가량 높은 함량을 보입니다. 그러나 여배우 J양의 눈물에는 카테콜라민의 함량이 현저히 낮았습니다. 그녀의 눈물은 감정 몰입의 결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J양의 연기가 눈물의 성분과는 상관없이 일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눈물 연기를 보면서 울컥하는 마음에 따라서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습니다. J양의 눈물이 양파액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알고 난 뒤에도 감동은 그대로랍니다. 그러니 J양, 앞으로는 힘들게 눈물의 성분을 속이지 않아도 될 거랍니다. 다음 사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기업가 L씨와 P씨는 같은 지역 출신으로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같은 동문입니다. 두 사람은 같은 업계에서 기업을 경영하면서 경쟁자이자 친구라는 쉽지 않은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최근 L씨의 기업이 사활을 걸고 매달린 해외 입찰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L씨의 기업은 입찰에 성공했지요. P씨는 L의 성공을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그 눈물은 진정 기쁨의 눈물이었을까요? 기뻐서 흘리는 눈물, 슬퍼서 흘리는 눈물, 분노하거나 화가 나서 흘리는 눈물은 성분에는 큰 차이가 없으나 농도에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화가 났을 때 흘리는 눈물은 다른 감정에서 흘리는 눈물보다 짭니다. 교감신경이 흥분해 수분은 적고 염화나트륨은 많은 눈물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교감 신경이 자극을 받아 흥분하게 되면 눈을 평소보다 크게 뜨고 눈의 깜박임은 줄기 때문에 눈물이 포함하는 수분의 증발량이 많아집니다. 그러니 눈물이 짜지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P씨의 눈물은 상당히 짰다는 것만 밝혀두겠습니다. 다음 사례는 현대판 카사노바라 불리던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수많은 여성들을 웃고 울게 했던 그의 무기는 바로 눈물이었습니다. 남자는 평생 세 번 운다는 말을 믿고 자란 대한민국 남자라면 그게 바람둥이의 무기가 되겠냐고 의아해하시겠지만, 그의 눈물 앞에 콧대 높은 여자들도 모두 애틋한 마음으로 돌아섰다지요. 각설하고, 그는 많은 눈물을 뿌렸습니다. 하지만 그건 눈물이 아니었습니다. 분명 짠맛이 돌지만, 그저 식염수 나부랭이였지요. 눈물의 98.5%는 물이고 나머지 1.5%는 염화나트륨, 염화칼륨 등의 염류와 알부민 등의 단백질과 지방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짠맛이 나는 물이라면 대략 눈물과 비슷하기는 하겠지요. 그러나 눈물의 1.5%에는 작지만 특별한 성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리소자임(lysozyme)입니다. 1921년 알렉산더 플레밍은 눈물과 침에서 마이크로코커스 레이소데이크티쿠스 균을 죽일 수 있는 리소자임을 발견했습니다. 눈물에는 리스테리아와 스타필로코커스 같은 미생물을 죽일 수 있는 항생물질도 있지요. 그의 눈물에는 그런 천연의 항생물질이 전혀 발견되지 않더군요. 자, 그가 신이 내린 묘약을 흉내낸 것에 대한 벌을 받았을지 궁금하신가요? 물론입니다. 식염수나 눈물이나 그게 그거라며 마구 눈에 집어넣고 가짜 눈물을 흘린 끝에, 그의 눈은 일찌감치 망가졌습니다. 식염수로 늘 눈을 세척한 꼴이니 눈에 좋은 항균물질도 씻겨 내려가 버렸기 때문이지요. 여러분도 눈의 청결을 유지하겠다고 손을 닦는 것처럼 물로 눈알을 ‘뽀드득’ 닦는다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꼴이 된다는 걸 명심하십시오. 눈에는 눈물이 보약이니까요.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과학향기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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