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궤도 해양위성 구성도
첫 정지궤도 해양위성 ‘천리안’ 24일 발사
독수리·매 등 맹금류는 사람보다 훨씬 좋은 눈을 갖고 있다. 매과인 아메리칸황조롱이는 18m 높이의 나무에 앉아 땅에 기어가는 2㎜의 작은 벌레를 찾아낸다고 한다. 망막의 중심와가 하나인 포유류와 달리 두개의 중심와로 쌍안경처럼 물체를 보기 때문이다. 독수리처럼 날카롭고 뛰어난 ‘시력’을 가진 인공위성이 한반도 상공에 뜬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 10일 나로호 발사의 두번째 실패로 말미암은 실망을 딛고 24일(한국시각) 새벽 다시 한번 우주에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계획이다. ‘천리안’(그림)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 ‘콤스’(COMS) 위성은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프랑스 발사체 아리안5에 실려 발사된다. 위성은 통신, 해양, 기상 등 3개의 탑재체로 구성돼 있다.
한국·프랑스 합작…3만6천㎞ 상공서 하루 8번 촬영
해수성분·플랑크톤 밀도 분석…기상·군용 자료제공 ■ 최초 정지궤도 해양위성 이 가운데 ‘고시’(GOCI) 탑재체는 세계 최초의 정지궤도 해양위성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위성은 한국해양연구원이 기획을 하고, 항우연이 프랑스 우주항공업체 아스트리움에 주문 생산했다. 고도 3만6천㎞ 상공에서 한반도 주변 2500×2500㎞의 지역을 한 시간에 한 번씩 하루 8번을 촬영한다. 1픽셀이 500×500m다. 고도 700㎞의 극궤도 위성의 해상도로 환산하면 10×10m다. 단순 비교해도 시간해상도는 8배, 공간해상도는 50배 이상 높다. 그러나 ‘고시’의 비기는 분광해상도다. 한반도 주변 바다를 여덟개의 가시광선 주파수 대역(밴드)으로 나눠 찍는다. 비유하자면 빨주노초파남보 색깔별로 해색을 찍어 바다의 상태를 진단하는 것이다. 촬영한 영상을 분석하면 용해유기물과 클로로필의 분포도, 해수 탁도 등을 알아낼 수 있다. 관련 분야 과학자들이 항공기 여행 때 창가 자리를 고집하는 이유도 인공위성이 바다를 바라보는 시선을 실제로 느껴보기 위해서다. 용해유기물은 동식물 부패나 쓰레기 등에서 생기는 유기물들이 바닷물에 녹아 있는 상태를 말한다. 눈에 물이 맑게 보여도 그 안에는 용해유기물 농도가 높을 수 있다. 클로로필은 광합성을 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밀도를 알려주며, 광합성 과정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기후변화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해수 탁도는 동중국해에서 발생한 저염수가 한반도로 이동했다 없어지고 하는 현상을 관찰하는 등 바다의 환경 변화 관측에 필요하다. 그러나 군사용으로도 중요하게 쓰인다. 물이 맑으면 20m 아래의 잠수함 이동을 맨눈으로 감시할 수 있지만 탁한 물은 수중음파 감시조차 방해한다. 탁도의 분포를 알면 적의 예상 침투로를 집중 감시할 수 있다. ■ 해양정보 수혜국서 시혜국으로 선진 우주국들은 왜 정지궤도 해양위성을 보유하지 않았을까? 안유환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위성센터장은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 1990년대 후반 정지궤도 해양위성 구상을 했지만 전지구를 관측할 수 있는 극궤도 위성에 집중하는 쪽으로 선회했다”며 “우리가 1999년 기획을 시작해 10년 만에 ‘고시’를 쏘아 올리게 되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협력 추진 의사를 밝혀와 지난해 12월 첫 회의를 연 데 이어 오는 8월 2차 협의를 한다. 유럽우주국(ESA)과도 지난 1월 협의가 이뤄졌다. ‘고시’를 운용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해양정보 수혜국에서 시혜국으로 바뀐다. 미국 주도로 2005년 출범한 전지구관측시스템(GEOSS)에 천리안 위성이 관측한 한반도 권역의 위성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동해는 대부분 물이 자체 순환하고 일본 열도 부분에서만 일부 해수가 태평양으로 빠져나가는 중규모 대양으로, 전지구 대양의 축소판으로 여겨지고 있다. 동해는 기후변화에 민감한 해역이어서 상시적인 해양위성 자료는 전지구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적조 감시 해양위성은 우리나라 주변의 적조 발생과 이동을 관측하는 데도 유용하다. 해양연구원은 3년 전 위성영상을 이용해 적조 분포를 분석하는 방법을 처음 개발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적조는 구로시오해류를 따라 3~4월에는 대만, 6~7월에는 제주, 7~8월에는 남해안 일대에서 발생했다가 동해 한복판까지 이동해갔다. 육지에서 흘러내려 오는 폐수로 인해 계절적으로 발생하는 진해만 적조와는 다른 원인이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안유환 센터장은 “적조 발생을 실시간 관측하고 이동로를 예측하는 일은 연안 양식업과 해양 생태계 보호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해수성분·플랑크톤 밀도 분석…기상·군용 자료제공 ■ 최초 정지궤도 해양위성 이 가운데 ‘고시’(GOCI) 탑재체는 세계 최초의 정지궤도 해양위성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위성은 한국해양연구원이 기획을 하고, 항우연이 프랑스 우주항공업체 아스트리움에 주문 생산했다. 고도 3만6천㎞ 상공에서 한반도 주변 2500×2500㎞의 지역을 한 시간에 한 번씩 하루 8번을 촬영한다. 1픽셀이 500×500m다. 고도 700㎞의 극궤도 위성의 해상도로 환산하면 10×10m다. 단순 비교해도 시간해상도는 8배, 공간해상도는 50배 이상 높다. 그러나 ‘고시’의 비기는 분광해상도다. 한반도 주변 바다를 여덟개의 가시광선 주파수 대역(밴드)으로 나눠 찍는다. 비유하자면 빨주노초파남보 색깔별로 해색을 찍어 바다의 상태를 진단하는 것이다. 촬영한 영상을 분석하면 용해유기물과 클로로필의 분포도, 해수 탁도 등을 알아낼 수 있다. 관련 분야 과학자들이 항공기 여행 때 창가 자리를 고집하는 이유도 인공위성이 바다를 바라보는 시선을 실제로 느껴보기 위해서다. 용해유기물은 동식물 부패나 쓰레기 등에서 생기는 유기물들이 바닷물에 녹아 있는 상태를 말한다. 눈에 물이 맑게 보여도 그 안에는 용해유기물 농도가 높을 수 있다. 클로로필은 광합성을 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밀도를 알려주며, 광합성 과정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기후변화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해수 탁도는 동중국해에서 발생한 저염수가 한반도로 이동했다 없어지고 하는 현상을 관찰하는 등 바다의 환경 변화 관측에 필요하다. 그러나 군사용으로도 중요하게 쓰인다. 물이 맑으면 20m 아래의 잠수함 이동을 맨눈으로 감시할 수 있지만 탁한 물은 수중음파 감시조차 방해한다. 탁도의 분포를 알면 적의 예상 침투로를 집중 감시할 수 있다. ■ 해양정보 수혜국서 시혜국으로 선진 우주국들은 왜 정지궤도 해양위성을 보유하지 않았을까? 안유환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위성센터장은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 1990년대 후반 정지궤도 해양위성 구상을 했지만 전지구를 관측할 수 있는 극궤도 위성에 집중하는 쪽으로 선회했다”며 “우리가 1999년 기획을 시작해 10년 만에 ‘고시’를 쏘아 올리게 되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협력 추진 의사를 밝혀와 지난해 12월 첫 회의를 연 데 이어 오는 8월 2차 협의를 한다. 유럽우주국(ESA)과도 지난 1월 협의가 이뤄졌다. ‘고시’를 운용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해양정보 수혜국에서 시혜국으로 바뀐다. 미국 주도로 2005년 출범한 전지구관측시스템(GEOSS)에 천리안 위성이 관측한 한반도 권역의 위성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동해는 대부분 물이 자체 순환하고 일본 열도 부분에서만 일부 해수가 태평양으로 빠져나가는 중규모 대양으로, 전지구 대양의 축소판으로 여겨지고 있다. 동해는 기후변화에 민감한 해역이어서 상시적인 해양위성 자료는 전지구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적조 감시 해양위성은 우리나라 주변의 적조 발생과 이동을 관측하는 데도 유용하다. 해양연구원은 3년 전 위성영상을 이용해 적조 분포를 분석하는 방법을 처음 개발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적조는 구로시오해류를 따라 3~4월에는 대만, 6~7월에는 제주, 7~8월에는 남해안 일대에서 발생했다가 동해 한복판까지 이동해갔다. 육지에서 흘러내려 오는 폐수로 인해 계절적으로 발생하는 진해만 적조와는 다른 원인이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안유환 센터장은 “적조 발생을 실시간 관측하고 이동로를 예측하는 일은 연안 양식업과 해양 생태계 보호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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