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대니얼 깁슨 박사, 크리스토퍼 보이트 교수.
세계대사공학회 참석 방한
“인공게놈 내 유전자 규명이
‘최소생명체’ 찾는 우선과제”
“인공게놈 내 유전자 규명이
‘최소생명체’ 찾는 우선과제”
[인터뷰] ‘합성세포’ 만든 깁슨·보이트 교수
“인공게놈으로 합성세포를 만들어냈으니, 이제는 최소의 생명 기능을 유지하는 ‘최소생명체’와 ‘최소게놈’을 찾는 연구를 할 계획입니다.”
지난 5월 인공으로 만든 유전체(게놈)를 통째로 박테리아 세포에 이식해 ‘합성 박테리아 세포’를 만들었던 미국 크레이그벤터 연구소의 대니얼 깁슨(사진 왼쪽) 박사는 최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대사공학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의 크리스토퍼 보이트(오른쪽) 교수는 “전자회로를 설계하듯이 이제 유전자도 설계하고 합성할 수 있는 시대”라고 말했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플라스틱·에탄올·숙신산 같은 바이오연료와 고분자 물질을 최적으로 분비하도록 미생물의 유전자 회로를 설계·조작하는 ‘대사공학’과 전체 게놈 수준에서 미생물을 합성·제작해 찬사와 우려를 함께 받고 있는 ‘합성생물학’ 분야의 여러 저명한 학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깁슨 박사와 보이트 교수를 17일 만나 이 분야의 동향과 관심사에 관해 들어봤다.
-유전자를 대량으로 설계·조작하고 대사회로를 조절해 필요한 물질만을 생산하는 이른바 ‘미생물의 화학공장’을 만들어왔다. 어디까지 가능한 일인가?
“디엔에이를 읽는 시대를 넘어 쓸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합성세포까지 만들지 않았나. 100만 염기쌍 정도의 유전자 합성도 가능하다는 게 입증됐다. 전자우편으로 합성 유전자를 주문하면 합성된 염기서열을 받을 수 있다. 이제는 정보기술로 전자회로를 설계하듯이 유전자도 설계·합성하는 시대가 됐다. 전자회로를 설계해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만들듯이 우리는 어떤 생명 기능을 설계해 넣을 수 있다. ‘스마트 식물’도 가능하다.”(보이트)
-‘합성세포’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자연의 박테리아 게놈을 모사한 것이며 이미 있는 박테리아 세포에 합성게놈을 집어넣은 것이어서 ‘인공생명체’라 부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직접 개발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인공생명체는 아니고 합성세포라 부르는 게 맞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건 아니다. 자연의 디엔에이 정보를 이용해 그것과 똑같은 게놈을 실험실에서 합성해냈고 그것을 다른 박테리아 세포에 넣었다. 합성게놈이 이식된 세포에선 원래 있던 단백질, 아르엔에이(RNA) 등이 합성게놈에 의해 바뀌었다. 그러니 합성세포가 맞다.”(깁슨)
-‘스마트 식물’은 지능을 지닌다는 뜻인가?
“스마트폰처럼 원하는 기능을 조절할 줄 아는 식물을 말한다. 예전엔 정해진 기능만을 구현했지만, 앞으로 ‘회로’를 더 많이 집어넣으면 스스로 환경을 인지해 어떤 유전자 기능을 켜거나 끄는 반응과 조절을 할 수 있을 것이다. 10년 뒤쯤 가능하리라 생각한다.“(보이트)
-디엔에이 합성만으로 복잡한 생명현상을 다 구현할 수 있나?
“생물학 지식을 ‘공학’에 적용할 땐 생명현상을 다 이해해야 하는 건 아니다. 새들이 나는 법을 다 알진 못하지만 우리는 비행기를 만든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아는 한도에서 공학적 접근을 하자는 것이다.”(보이트)
-현재 직면한 가장 큰 연구과제는 무엇인가?
“합성게놈의 수백가지 유전자들이 서로 어떤 조합을 이뤄 어떤 기능을 하는지 밝혀내려고 한다. 유전자들을 이런저런 조합으로 없애나가면 ‘최소생명체’의 게놈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다. 매우 복잡한 일이다. 갖가지 유전자 조합들을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깁슨)
-합성생물학에 대해 생명조작과 바이오테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해마다 자동차 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그래도 여전히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마찬가지로 이 기술도 필요하고 이익을 주는 분야에서 쓰일 것이다. 바이오테러에 대해선 미국에서도 정책위원회가 구성되고 여러 자율적 규제도 마련되고 있다.”(깁슨)
이번 대회를 주관한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대사공학)는 “2년 전 대회에선 이런저런 가능성이 주로 제시됐는데 이번 대회에선 ‘미생물 공장(배양기)’을 실제로 지었거나 짓겠다는 세계 화학기업들의 계획과 성공사례들이 발표됐다”며 “이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미생물 공장의 사례들도 더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주/ 글·사진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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