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에서 전기를 뺀 남북 여름철 강우량 차이
97년 이후 38선 경계 남쪽 늘고 북쪽 감소 추세
최기선 연구사 논문서 ‘다른 기압권 영향’ 분석
최기선 연구사 논문서 ‘다른 기압권 영향’ 분석
태풍 ‘뎬마’의 영향으로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기상청은 10일 북한도 태풍의 직간접 영향으로 50~100㎜(많은 곳 200㎜ 이상)의 강우량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이미 지난달 평년의 140% 수준인 평균 315.8㎜의 비가 내린 터여서 폭우가 계속되면 피해가 잇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반면 남한의 7월 평균 강수량은 평년 수준인 263.5㎜에 그쳤다.
남북의 냉기류는 날씨조차도 남북을 갈라놓는 걸까? 기상청 국가태풍센터의 최기선 연구사가 한국기상학회의 학술지 <대기> 여름호에 실은 논문을 보면, 남북의 강수량 추세는 국경선(38선)을 경계로 뚜렷이 구별된다.
최 연구사가 1981년부터 2008년까지 남한의 관측소 60곳과 북한 관측소 26곳에서 측정된 여름철(6~8월) 평균 강우량을 분석한 결과, 국경선을 경계로 북한에서는 1997년 이후 여름 강우량이 감소 추세를 보이는 반면 남한에서는 증가 추세를 보였다. 북한에서 1981~96년의 여름 월평균 강우량은 188㎜인 데 비해 1997~2008년에는 150㎜로 약 40㎜가 줄었다.
남한에서는 반대로 1981~96년의 월평균 강우량이 231㎜, 1997~2008년에는 271㎜로 약 40㎜가 늘었다. 남북이 차이는 같지만 강우량 증감 추세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7월의 강우량은 이런 경향과 반대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만 해도 남한의 7월 평균 강수량은 평년의 186%인 490.6㎜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는 많은 비가 내린 날짜 수에서도 드러난다. 북한 26개 기상관측소 가운데 9곳 이상(3분의 1 이상)에서 일 강우량이 40㎜ 이상(호우주의보 기준 강우량 12시간 동안 80㎜의 절반)을 기록한 날짜 수는 1996년 이전은 연평균 3.1일인 데 비해 1997년 이후는 2.1일로 90년대 후반 이후 감소하고 있다. 남한에서는 반대로 60개 관측소의 3분의 1 이상인 20곳 이상에서 일 강우량이 70㎜ 이상(호우경보 기준 강우량 12시간 동안 150㎜의 절반 수준)을 기록한 날짜 수가 1996년 이전은 연평균 1.1일인 데 비해 1997년 이후는 연평균 1.8일로 증가세를 보였다.
최기선 연구사는 “동아시아 대륙에서 바이칼호 남쪽에 중심을 둔 고기압성 순환이 최근 강화돼 이 지역을 따라 낮은 비습(공기 중 수증기 정도) 값들이 분포돼 있는데 북한은 이 여름 강수량 감소지역의 최남단에 위치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남한은 반대로 중국 남부지역에서 강화된 저기압성 순환으로부터 불어오는 남서풍류의 영향을 받아 강수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그 경계가 남북 국경선과 일치한다”고 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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