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 ‘랩온어칩’(화학실험칩)
김동표 충남대 교수 연구팀 “제조단가 낮아 실용화 유리”
자유자재로 휘는 필름 모양의 초소형 ‘랩온어칩’(화학실험칩·사진)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이 칩이 실용화되면 의료진단 세트를 지갑이나 명함처럼 간편하게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손쉽게 검진을 할 수 있게 된다.
김동표(53) 충남대 정밀응용화학과 교수(미세유체응용화학단 단장)는 15일 유연한 폴리이미드 필름 위에 레이저를 이용해 머리카락 굵기의 아주 작은 도랑(채널)을 만들어 다양한 화학실험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할 수 있는 화학실험칩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폴리이미드 필름은 영상 400도 이상의 고온과 영하 269도 이하의 저온에서 물성이 변하지 않으면서도 얇고 뛰어난 굴곡성을 보이는 첨단 소재로, 엘시디(LCD)나 휴대전화, 디지털 카메라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 김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화학실험칩은 기존의 실리콘이나 유리로 만든 칩보다 제조단가도 적게 들면서 제작하기가 쉬워 실용화에 훨씬 유리하다”며 “정보통신 분야의 최첨단 기기와 연계하면 더 빠르고 더 안전하고 더 저렴하면서 두루마리처럼 접을 수 있는 초소형 화학공장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실리콘이나 유리로 만든 칩은 고가의 반도체 공정 시설을 이용하기 때문에 비용도 많이 들고 성공률도 50~60%에 지나지 않는 반면 연구팀의 화학실험칩은 제조수율이 90%를 넘는다. 제작비용은 1개당 10달러 이하로, 실리콘 칩의 100분의 1, 유리 칩의 30분의 1 수준이다. 연구팀의 논문은 화학 분야 최고 저널인 <앙게반테 케미>의 표지논문으로 선정돼 7월2일치 온라인 속보에 실렸으며, 영국화학회에서 펴내는 학술지 <랩온어칩> 8월호에 주요 연구성과로 소개됐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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