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과학시간표 ‘숨은그림찾기’ 될라
2009년 개정 교육과정…과학 이수단위 줄어
서울대입시안, 3학년때 과학 배울 길 막고
수능 개편안에선 과학과목 아예 빠지기도
서울대입시안, 3학년때 과학 배울 길 막고
수능 개편안에선 과학과목 아예 빠지기도
2011년 고등학교 1학년부터 적용될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최근 발표된 서울대 입시방안과 수학능력시험 개편안과 맞물리면서 고등학교에서 과학 과목 시간을 줄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교육기술과학부가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재 육성을 위한 융합 과학’을 표방하며 준비하고 있는 ‘과학’(융합과학) 과목의 경우 적지 않은 학교들이 시간 배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과학 수업시간 축소 우려 2009 개정 교육과정은 과학 선택교과로 ‘과학’, 물리·생명과학·화학·지구과학 1·2 등 모두 9개 과목을 제시했다. 과학은 사회와 함께 탐구 교과 영역으로 묶여 있으며, 최소 15 이수단위(1주일에 수업하는 시간)를 배정해야 하며 사회와 합산해 35 이수단위를 채워야 한다.
이전 교육과정에서는 자연과정 학생들의 경우 보통 1학년 공통과학을 포함해 40 이수단위를 학습했지만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최소 20 이수단위만 학습해도 되게 됐다. 35 이수단위 중 사회도 최소한 15 이수단위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수능개편안은 대학수능시험 시험과목을 각 과목의 1·2를 묶어 하나의 시험과목으로 지정했다. 가령 지구과학을 보는 학생은 지구과학 1·2를 다 들어야 응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선택지가 많아진 듯하지만 사실은 학생들이 여러 과목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배미정 서울 여의도고 교사는 “많은 선택과목을 학교들이 자율적으로 구성하도록 해 학생들의 교과 선택권을 보장하려는 것이 2009 개정 교과과정의 취지이지만, 해마다 선택 학생 수가 변하게 되면 교사 수급과 교육과정 운영의 안정성을 훼손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교육청에서는 각 학교의 현 교과 교사를 가능한 한 수용하는 형태로 교과를 배정하라는 지침을 내려 일선 학교의 교과과정 구성을 담당하는 교사들은 학생들의 선택권 보장과 안정적 교사 수급 사이에서 고민에 빠져 있다.
■ ‘과학’ 과목 회피 전망 한때 ‘융합과학’으로 불린 ‘과학’ 과목은 지나치게 분과적으로 나뉘어 있던 과학 과목을 ‘우주와 생명’ ‘과학과 문명’이라는 대주제 안에서 모든 개념이 융합적으로 통합되도록 만든다는 것이 목표다. 학생들이 개별 과학 과목을 이수하지 않아도 총체적인 과학적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지난 5월 <교육방송>이 전국 221개 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는 205개 학교(93%)가 고1 때 ‘과학’을 개설하고, 16개 학교(7%)만이 ‘과학’ 이외의 과목을 개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 고교의 ㅂ 교사는 “1학년 1학기에는 학생들이 선택할 기회가 없어 많은 학교들이 ‘과학’을 선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서울대가 입시안에서 인문과정 학생들에게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 가운데 2개 교과 이수를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1·2학년 때 ‘입시와 무관한 필수과목’을 끝내고 3학년 때 본격적인 수능 준비를 하기 위해 ‘과학’을 배제하고 물리1·화학1·생명과학1·지구과학1 중 두 과목을 저학년에 배치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게다가 수능 개편안은 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에서 ‘과학’ 교과를 아예 빼버렸다.
이런 상황에 과학중점학교 100개교를 비롯해 자율성이 보장되는 400여개 특성화 고교들(전체 고교의 약 20%)의 인문과정 학생들은 과학 교과를 10시간만 이수하면 돼 이들 학교에서는 ‘과학’이 실종될 확률이 높다. ㅂ 교사는 “‘과학’ 교과가 내용이 많고 어려워 1학년보다는 분과별 교육을 받은 뒤 3학년에 배우는 게 적합한 것 같다”며 “1학년을 대상으로 가르치면 학생들이 배우고 나서 과학으로 향한 문을 오히려 닫아버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 자연과정 학생들의 과학 과목 이수단위)
이런 상황에 과학중점학교 100개교를 비롯해 자율성이 보장되는 400여개 특성화 고교들(전체 고교의 약 20%)의 인문과정 학생들은 과학 교과를 10시간만 이수하면 돼 이들 학교에서는 ‘과학’이 실종될 확률이 높다. ㅂ 교사는 “‘과학’ 교과가 내용이 많고 어려워 1학년보다는 분과별 교육을 받은 뒤 3학년에 배우는 게 적합한 것 같다”며 “1학년을 대상으로 가르치면 학생들이 배우고 나서 과학으로 향한 문을 오히려 닫아버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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