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전두피질의 크기 비교
“사람이 상황에 맞춰 반응 조절하게 만들어”
해부학으로 볼 때 포유류 동물의 뇌는 10여가지 부위로 이뤄져 있다. 대뇌피질, 소뇌, 시상, 해마 등 뇌의 기본 구성은 사람이나 원숭이, 쥐에서 다 비슷하다. 어느 부위가 더 크고 작은지는 동물마다 다른데, 가장 앞쪽에 있는 전전두피질의 크기가 가장 두드러진 차이로 꼽힌다. 사람의 전전두피질은 전두엽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비대하다는 점이 그동안 신경과학계에서 주목받아 왔다.
신경과학자들은 전전두피질의 기능이 무엇인지에 관해선 아직 확실한 이론이 확립되지 못한 상태라고 말한다. 그동안 가장 유력한 가설로 전전두피질이 복잡한 정보들을 짧은 시간 동안에 저장하면서 정보처리를 한다는 ‘워킹 메모리’(작업 기억) 가설이 제시됐으나, 최근엔 이곳에서 다른 기능들도 관찰되면서 여러 가설이 활발하게 나오고 있는 중이다.
정민환 아주대 의대 교수(신경과학연구실)는 “지금까지 밝혀진 전전두피질의 기능으로는 미래 행동의 계획, 불필요한 행동의 억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 수립, 의사결정처럼 매우 다양하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한때 주류였던 ‘작업 기억’ 가설을 보강하는 좀더 복잡한 가설들이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정 교수는 “전전두피질이 뇌의 여러 인지 과정을 조절하며 어떤 상황이나 맥락에 맞춰 감각·운동 반응을 조절한다는 설명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대열 예일대 교수(신경생물학)는 “회사에서 하는 행동과 집에서 하는 행동이 다른데, 이처럼 상황과 분위기에 맞춰 다르게 행동할 수 있는 것도 전전두피질의 기능”이라며 “당장의 이익을 참고 나중의 더 큰 보상을 선택할 줄 아는 복잡하고 유연한 사고도 이와 관련이 깊다”고 말했다.
하지만 섬세한 기능을 갖춘 전전두피질의 정체는 쉽게 드러나지 않을 것 같다. 정 교수는 “전전두피질은 감각·운동계에서 멀리 떨어진 연합피질이라, 이곳의 뉴런들은 특정 자극이나 행동에 기계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속성을 지녀, 그 기능을 충분히 규명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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