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KSTAR 소장
[미래를 여는 첨단과학] ⑧ 핵융합
에너지 위기는 ‘우리 지구가 작다’는 걸 실감하게 한다. 무궁무진할 것 같던 석탄, 석유,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도 유한한 자원일 뿐이고 1000년 시간으로 인류사를 내다보면 언젠가 고갈에 이를 수밖에 없다. 핵분열을 일으켜 엄청난 에너지를 내는 우라늄이라고 무한한 에너지 자원은 아니다. 그래서 대안 에너지를 찾자는 목소리는 기후변화 문제까지 겹친 ‘작은 지구’에서 큰 화두가 됐다. 풍력, 태양력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와 더불어 핵융합 발전은 그런 대안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이경수 한국핵융합연구소 소장은 “이제는 과학기술 지식으로 만들어내는 ‘지식 에너지’가 필요하고, 지식 에너지인 핵융합은 지구촌 문제를 푸는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핵융합 발전’ 구상은 반세기나 됐지만, 사실 국내에서 현실감 있는 말로 쓰인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한국 핵융합 실험로인 케이스타(KSTAR)가 2008년 6월 가동을 시작하면서 한국은 단박에 국제 핵융합 실험로(이터, ITER) 프로젝트에서 주요 구실을 하는 나라로 성장했다. 무엇이 한국을 핵융합 7대 강국에 들게 했을까? 핵융합은 지구 에너지 문제를 풀 열쇠가 될 것인가? 지난 8~15일 이경수 소장을 세 차례 만나 핵융합과 미래 에너지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이경수 소장에게 듣는 핵융합에너지 ‘2008 환호의 불꽃’ 그 뒷얘기 2008년 6월, 케이스타 제어실에서 환호가 터졌고 그 환호를 세계 핵융합 과학계가 주목했다. 4000억여원을 들여 만든 거대 기계가 과연 아무 탈 없이 시운전에 성공할지 장담하기 힘들던 상황이었다. 영하 270도까지 온도를 내려야 가동하는 첫번째 초전도 핵융합 장치였고, 그래서 8600곳의 용접 부위는 곳곳에 도사린 위험들이었다. 책임자였던 이 소장은 “한국이 한번 만에 초전도 대형시설을 가동한 건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 한번 만에 시가동에 성공한 게 그렇게 드문 일인가요? “초전도 대형시설로는 처음이에요. 왜 어렵냐? 영하 270도까지 내려가면 여러 부품에 변이가 생기고 상온에선 측정되지 않던 틈이 커져 초전도 냉매인 헬륨이 샐 수 있으니까요. 한번 만에 작동하기는 어렵다, 처음 해보는 한국이 어떻게 해내겠느냐, 이런 전망이 국내외에서 대세였죠. 그런데 시운전은 성공이었고 <사이언스> <네이처> <비비시> 기자들까지 직접 와서 취재했으니 국외의 관심이 더 컸죠.” - 큰돈이 들어가 연구개발자들의 부담도 컸을 텐데. “시운전할 때 어떤 느낌이 드느냐 하면, ‘나는 최선을 다했다’ 이런 생각을 하지만 사실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으론 부족해요. 막바지엔 마음이 급해져요. 시가동할 때 나는 100% 된다, 최선을 다했다 믿었죠. 하지만 하나하나 점검하면서 탈 없이 잘 지나가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 아세요? 이제부터 잘될 확률보다는 안될 확률이 더 높아지겠다 생각이 들어요. 이런 일 해본 사람만이 아는 기분일 겁니다.”(그는 시가동 성공 뒤 얼마 지나 졸도해 응급실에 실려갔다.) - 우리나라가 뒤늦게 핵융합 연구에 뛰어든 배경은 뭡니까? “1988년에 미국과 소련(지금 러시아), 일본, 유럽이 대형 핵융합 실험로(이터)를 짓자는 프로젝트를 출범시켰어요. 2000년대 초까지 짓기로 했죠. 그런데 석유값이 떨어져 대체 에너지를 개발할 필요성이 줄고 미국도 재정적으로 어려워지고 소련도 어려움에 처해요. 그러면서 사업은 계속 늦춰졌는데, 국내에선 미래에 대비해 늦었지만 우리도 핵융합 연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생겨났어요. 1995년에 마련된 계획의 구상이 뭔지 아세요? ‘중간진입 전략’. 이터 축소판을 우리가 먼저 짓고 나중에 이터에 진입하자는 거죠. 핵융합을 해본 적 없는 한국만의 ‘희망사항’이었으니 다들 비웃었죠. 그런데 그 그림이 실제로 ‘그림처럼’ 실현된 거예요.” 거대과학, 극한기술 초고온의 역동적인 플라스마에서 원자핵들이 융합반응을 일으키면 핵 속에 숨어 있던 에너지가 방출되는데, 핵융합 발전은 그 에너지를 활용한다. 핵분열을 이용하는 핵발전과 거꾸로다. 핵융합은 오랫동안 에너지 위기의 해결사로 주목받았으나 아직은 현실이 아닌 미래다. 거대 규모의 프로젝트이다 보니까 세계 정세에 따라 연구개발 로드맵은 출렁거렸다. 핵융합의 전기 생산도 2030년대 후반에나 가능하다 하니 지금도 인내가 필요한 프로젝트다. - 핵융합 연구는 ‘거대과학’에 속하는데 남다른 특징이 있나요? “이곳엔 핵융합 연구자 외에 전기전자, 재료, 진공같이 아주 다른 분야 사람들이 모여 있지요. 하나의 비전을 공유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열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힘든 문제입니다.” -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가지요. “복잡한 시스템이라 설계도, 건설도, 성능 향상도 어렵습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건 오래 걸린다는 점이에요. 정권도 바뀌고, 정책결정자도 바뀌고 그러다 보니, 마지막까지 끌고 가는 게 상당히 어렵죠. 짓는 동안에는 과학계에서 불평이 나올 수 있고 일반인 사이에서도 그렇고요. 그래서 거대과학 안의 사람들끼리 잘 소통하고, 또 거대과학 안과 밖이 잘 소통하면서 신뢰와 지지를 얻는 게 중요합니다.”
- 지난해 이터 7개국 간에 설계와 개발비를 둘러싸고 갈등도 있었는데 잘 해결됐나요? “이제 실제 핵융합 실험로를 짓습니다. 그래서 2008년부터는 비용과 일정·설계를 확정하는 논의가 시작됐어요. 30%가량 설계 변경이 생겼고 비용도 늘었는데 그걸 조정하는 과정에서 갈등도 있었죠. 하지만 지난 여름에 모든 게 확정됐어요. 얼마 전엔 이터가 지어질 프랑스에서 땅파기를 시작했으니 이제 본격 건설에 들어간 거죠.” - 우주 개발 분야와 마찬가지로 극한기술들이 많이 쓰이네요. “예전엔 실험실 작은 장치로 플라스마를 만들었잖아요. 그런데 21세기 초를 지나면서 초전도, 초저온, 초진공, 초고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거대 핵융합 장치를 만들게 된 겁니다. 사실 핵융합 공간은 우주 공간과 비슷해요. 초진공, 초저온에, 또 핵융합이 일어나는 태양은 초고온이잖아요. 우주기술과 많이 겹쳐 있고 실제 응용도 되죠.” 핵융합 기술의 진화 핵융합 기술도 하나가 아니다. 진화한다. 케이스타도 2008년 시운전 이래 여러 장치를 새로 달면서 지금은 사뭇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핵융합 반응도 기술이 진전하며 바뀔 것이다. 이터에서 이뤄질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핵융합 반응이 제1세대라면, 더 먼 미래에는 에너지 손실이 더 적은 차세대 핵융합이 개발될 것이라고 이 소장은 내다봤다. - 얼마 전에 케이스타에서 처음으로 중수소 핵융합을 일으키는 성과를 냈는데, 올해 케이스타 성능의 목표는? “가열 장치로 온도를 더 올려 5000만도를 만들고 플라스마를 10초 이상 유지하는 게 목표입니다. 최종 목표는 3억도, 300초이고요. 시간도 중요하고 온도도 중요해요. 플라스마가 금방 꺼지면 안 되고, 결국 발전소에서 쓰이려면 몇 달 동안 돌아가야 하니까요. 온도를 높이는 건 효율 문제죠. 그래야지 들어간 에너지보다 나오는 에너지가 많아집니다. 케이스타가 초전도로 만들어진 최초의 핵융합 장치이기 때문에, 이터에 앞서서 핵융합의 좋은 조건들을 찾아나갈 겁니다.” - 이터는 ‘중수소 + 삼중수소’ 핵반응을 채택할 예정이죠. 그게 유일한 핵융합인가요? “비교적 쉬운 핵융합이기 때문에 선택된 거죠. 핵융합 자체는 너무너무 어렵지만 그중에서 제일 쉬운 게 그겁니다. 태양의 핵융합은 또 다르죠. 한스 베테라는 물리학자가 태양의 핵융합 방식을 밝혀 노벨상도 탔는데, 수소들이 충돌해 중수소가 잠깐 되고 그 중수소들이 합해져 핵융합 에너지를 일으키는 방식이죠. 그런데 삼중수소는 12년 반감기를 지닌 방사능 물질인데다 비싸요. 그래서 케이스타 같은 실험로에선 ‘중수소 + 중수소’ 핵융합 반응으로 연구를 합니다.” - 차세대 핵융합으로 꼽히는 건 없나요? “양성자 2개와 중성자 1개로 이뤄진 헬륨3이라는 희귀 원소가 있어요. 헬륨3은 방사능 동위원소인 삼중수소와 달리 안정적인 원소고요, 또 헬륨3과 중수소가 핵융합을 하면 중성자가 아니라 양성자가 튀어나와요. 전하를 띠는 양성자니까 이걸 이용하면 터빈을 돌리지 않고도 바로 전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진짜 꿈의 에너지죠. 하지만 현재로선 먼 미래 얘기고요.” 핵융합은 만능 에너지인가 - 핵융합이 이뤄지면 에너지 문제는 다 사라진다고 보나요? “그렇지는 않겠죠. 지금 핵융합으로 에너지와 기후변화 문제를 풀지 않으면 상황이 더 어려워진다는 건 사실이에요. 화석연료는 다 쓸 테고 지구온난화 문제도 그렇고. 1000년이나 2000년의 시간으로 내다보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핵융합만으론 한계가 있어요. 에너지 탐욕이 계속된다면 다른 문제들이 또 생겨나요. 지구는 작은데 사람들이 쓰는 양이 너무 많기 때문이죠. 과학기술이 다 해결할 순 없어요.” - 핵융합에 관한 다른 오해가 있다면? “핵융합엔 방사능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도 오해입니다. 어떤 대규모 발전에나 ‘공짜 점심’은 없어요. 풍력이나 태양력도 작은 시스템일 때엔 환경친화적이지만 거대해지면 다른 문제도 일으키기 때문에, 거대한 열과 에너지를 얻는 데엔 공짜 점심이 없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핵융합 발전에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중저준위 폐기물은 나옵니다. 장점만 있는 꿈의 에너지는 없다, 이런 걸 이해하셔야죠.” <끝> 대전/글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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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수 소장에게 듣는 핵융합에너지 ‘2008 환호의 불꽃’ 그 뒷얘기 2008년 6월, 케이스타 제어실에서 환호가 터졌고 그 환호를 세계 핵융합 과학계가 주목했다. 4000억여원을 들여 만든 거대 기계가 과연 아무 탈 없이 시운전에 성공할지 장담하기 힘들던 상황이었다. 영하 270도까지 온도를 내려야 가동하는 첫번째 초전도 핵융합 장치였고, 그래서 8600곳의 용접 부위는 곳곳에 도사린 위험들이었다. 책임자였던 이 소장은 “한국이 한번 만에 초전도 대형시설을 가동한 건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 한번 만에 시가동에 성공한 게 그렇게 드문 일인가요? “초전도 대형시설로는 처음이에요. 왜 어렵냐? 영하 270도까지 내려가면 여러 부품에 변이가 생기고 상온에선 측정되지 않던 틈이 커져 초전도 냉매인 헬륨이 샐 수 있으니까요. 한번 만에 작동하기는 어렵다, 처음 해보는 한국이 어떻게 해내겠느냐, 이런 전망이 국내외에서 대세였죠. 그런데 시운전은 성공이었고 <사이언스> <네이처> <비비시> 기자들까지 직접 와서 취재했으니 국외의 관심이 더 컸죠.” - 큰돈이 들어가 연구개발자들의 부담도 컸을 텐데. “시운전할 때 어떤 느낌이 드느냐 하면, ‘나는 최선을 다했다’ 이런 생각을 하지만 사실 최선을 다했다는 것만으론 부족해요. 막바지엔 마음이 급해져요. 시가동할 때 나는 100% 된다, 최선을 다했다 믿었죠. 하지만 하나하나 점검하면서 탈 없이 잘 지나가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 아세요? 이제부터 잘될 확률보다는 안될 확률이 더 높아지겠다 생각이 들어요. 이런 일 해본 사람만이 아는 기분일 겁니다.”(그는 시가동 성공 뒤 얼마 지나 졸도해 응급실에 실려갔다.) - 우리나라가 뒤늦게 핵융합 연구에 뛰어든 배경은 뭡니까? “1988년에 미국과 소련(지금 러시아), 일본, 유럽이 대형 핵융합 실험로(이터)를 짓자는 프로젝트를 출범시켰어요. 2000년대 초까지 짓기로 했죠. 그런데 석유값이 떨어져 대체 에너지를 개발할 필요성이 줄고 미국도 재정적으로 어려워지고 소련도 어려움에 처해요. 그러면서 사업은 계속 늦춰졌는데, 국내에선 미래에 대비해 늦었지만 우리도 핵융합 연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생겨났어요. 1995년에 마련된 계획의 구상이 뭔지 아세요? ‘중간진입 전략’. 이터 축소판을 우리가 먼저 짓고 나중에 이터에 진입하자는 거죠. 핵융합을 해본 적 없는 한국만의 ‘희망사항’이었으니 다들 비웃었죠. 그런데 그 그림이 실제로 ‘그림처럼’ 실현된 거예요.” 거대과학, 극한기술 초고온의 역동적인 플라스마에서 원자핵들이 융합반응을 일으키면 핵 속에 숨어 있던 에너지가 방출되는데, 핵융합 발전은 그 에너지를 활용한다. 핵분열을 이용하는 핵발전과 거꾸로다. 핵융합은 오랫동안 에너지 위기의 해결사로 주목받았으나 아직은 현실이 아닌 미래다. 거대 규모의 프로젝트이다 보니까 세계 정세에 따라 연구개발 로드맵은 출렁거렸다. 핵융합의 전기 생산도 2030년대 후반에나 가능하다 하니 지금도 인내가 필요한 프로젝트다. - 핵융합 연구는 ‘거대과학’에 속하는데 남다른 특징이 있나요? “이곳엔 핵융합 연구자 외에 전기전자, 재료, 진공같이 아주 다른 분야 사람들이 모여 있지요. 하나의 비전을 공유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열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힘든 문제입니다.” -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가지요. “복잡한 시스템이라 설계도, 건설도, 성능 향상도 어렵습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건 오래 걸린다는 점이에요. 정권도 바뀌고, 정책결정자도 바뀌고 그러다 보니, 마지막까지 끌고 가는 게 상당히 어렵죠. 짓는 동안에는 과학계에서 불평이 나올 수 있고 일반인 사이에서도 그렇고요. 그래서 거대과학 안의 사람들끼리 잘 소통하고, 또 거대과학 안과 밖이 잘 소통하면서 신뢰와 지지를 얻는 게 중요합니다.”
- 지난해 이터 7개국 간에 설계와 개발비를 둘러싸고 갈등도 있었는데 잘 해결됐나요? “이제 실제 핵융합 실험로를 짓습니다. 그래서 2008년부터는 비용과 일정·설계를 확정하는 논의가 시작됐어요. 30%가량 설계 변경이 생겼고 비용도 늘었는데 그걸 조정하는 과정에서 갈등도 있었죠. 하지만 지난 여름에 모든 게 확정됐어요. 얼마 전엔 이터가 지어질 프랑스에서 땅파기를 시작했으니 이제 본격 건설에 들어간 거죠.” - 우주 개발 분야와 마찬가지로 극한기술들이 많이 쓰이네요. “예전엔 실험실 작은 장치로 플라스마를 만들었잖아요. 그런데 21세기 초를 지나면서 초전도, 초저온, 초진공, 초고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거대 핵융합 장치를 만들게 된 겁니다. 사실 핵융합 공간은 우주 공간과 비슷해요. 초진공, 초저온에, 또 핵융합이 일어나는 태양은 초고온이잖아요. 우주기술과 많이 겹쳐 있고 실제 응용도 되죠.” 핵융합 기술의 진화 핵융합 기술도 하나가 아니다. 진화한다. 케이스타도 2008년 시운전 이래 여러 장치를 새로 달면서 지금은 사뭇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핵융합 반응도 기술이 진전하며 바뀔 것이다. 이터에서 이뤄질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핵융합 반응이 제1세대라면, 더 먼 미래에는 에너지 손실이 더 적은 차세대 핵융합이 개발될 것이라고 이 소장은 내다봤다. - 얼마 전에 케이스타에서 처음으로 중수소 핵융합을 일으키는 성과를 냈는데, 올해 케이스타 성능의 목표는? “가열 장치로 온도를 더 올려 5000만도를 만들고 플라스마를 10초 이상 유지하는 게 목표입니다. 최종 목표는 3억도, 300초이고요. 시간도 중요하고 온도도 중요해요. 플라스마가 금방 꺼지면 안 되고, 결국 발전소에서 쓰이려면 몇 달 동안 돌아가야 하니까요. 온도를 높이는 건 효율 문제죠. 그래야지 들어간 에너지보다 나오는 에너지가 많아집니다. 케이스타가 초전도로 만들어진 최초의 핵융합 장치이기 때문에, 이터에 앞서서 핵융합의 좋은 조건들을 찾아나갈 겁니다.” - 이터는 ‘중수소 + 삼중수소’ 핵반응을 채택할 예정이죠. 그게 유일한 핵융합인가요? “비교적 쉬운 핵융합이기 때문에 선택된 거죠. 핵융합 자체는 너무너무 어렵지만 그중에서 제일 쉬운 게 그겁니다. 태양의 핵융합은 또 다르죠. 한스 베테라는 물리학자가 태양의 핵융합 방식을 밝혀 노벨상도 탔는데, 수소들이 충돌해 중수소가 잠깐 되고 그 중수소들이 합해져 핵융합 에너지를 일으키는 방식이죠. 그런데 삼중수소는 12년 반감기를 지닌 방사능 물질인데다 비싸요. 그래서 케이스타 같은 실험로에선 ‘중수소 + 중수소’ 핵융합 반응으로 연구를 합니다.” - 차세대 핵융합으로 꼽히는 건 없나요? “양성자 2개와 중성자 1개로 이뤄진 헬륨3이라는 희귀 원소가 있어요. 헬륨3은 방사능 동위원소인 삼중수소와 달리 안정적인 원소고요, 또 헬륨3과 중수소가 핵융합을 하면 중성자가 아니라 양성자가 튀어나와요. 전하를 띠는 양성자니까 이걸 이용하면 터빈을 돌리지 않고도 바로 전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진짜 꿈의 에너지죠. 하지만 현재로선 먼 미래 얘기고요.” 핵융합은 만능 에너지인가 - 핵융합이 이뤄지면 에너지 문제는 다 사라진다고 보나요? “그렇지는 않겠죠. 지금 핵융합으로 에너지와 기후변화 문제를 풀지 않으면 상황이 더 어려워진다는 건 사실이에요. 화석연료는 다 쓸 테고 지구온난화 문제도 그렇고. 1000년이나 2000년의 시간으로 내다보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핵융합만으론 한계가 있어요. 에너지 탐욕이 계속된다면 다른 문제들이 또 생겨나요. 지구는 작은데 사람들이 쓰는 양이 너무 많기 때문이죠. 과학기술이 다 해결할 순 없어요.” - 핵융합에 관한 다른 오해가 있다면? “핵융합엔 방사능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도 오해입니다. 어떤 대규모 발전에나 ‘공짜 점심’은 없어요. 풍력이나 태양력도 작은 시스템일 때엔 환경친화적이지만 거대해지면 다른 문제도 일으키기 때문에, 거대한 열과 에너지를 얻는 데엔 공짜 점심이 없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핵융합 발전에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중저준위 폐기물은 나옵니다. 장점만 있는 꿈의 에너지는 없다, 이런 걸 이해하셔야죠.” <끝> 대전/글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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