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형질을 지닌 실험용 쥐. www.ornl.gov
8개종 2만마리 동물들에서 전반적 몸무게 증가현상 관찰
연구자들 “과다섭취, 운동부족 외 제3의 비만원인 가능성”
연구자들 “과다섭취, 운동부족 외 제3의 비만원인 가능성”
사람들 주변에 사는 여러 동물들한테도 전반적으로 몸무게가 늘고 비만 비율도 늘어나는 현상이 관찰됐다고 미국 과학자들이 보고했다. 이런 조사결과는 비만이 음식물의 과다 섭취와 운동량 부족이라는 원인 이외에 제3의 원인에 의한 것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자들은 해석했다.
미국 버밍행 앨리버마대학(UAB)의 통계생물학 연구팀은 최근 사람들과 함께 또는 그 주변에 사는 8개 생물종 24개 개체군의 동물들 2만 마리 이상을 대상으로 수십 년 간의 몸무게 추이 데이터를 조사해 분석한 결과를 영국에서 발행되는 생명과학 저널 <왕립학회 회보 B>의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놀라운 사실을 찾아냈다고 보고했다.
“놀랍게도,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실험실에 사는 영장류와 설치류들은 물론이고 야생 쥐와 애완용 개와 고양이들 사이에서 몸무게가 증가해왔다. 다양한 환경에 살면서도 일관되게 나타나는 이런 조사결과는 몸무게 증가의 원인이 아직은 확인되지 않았거나 불충분하게 알려진 몇 가지 요인들(예컨대 바이러스 병원체, 후성유전학 요인)과 관련됐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에 이런 연구결과는 최근 비만율의 상승에 기여하는 다른 요인들을 발견하거나 더 충분히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조사대상으로 분류된 24개 개체군 중에서 3분의 2 가량 개체군에서는 비만 개체의 비율(%)이 증가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연구자들이 과다 섭취나 운동 부족이 아닌 다른 요인이 비만의 원인일 수 있다는 해석을 제기할 수 있었던 데에는 몇 가지 의미 있는 조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먼저 동물들에 따라 먹이를 더 많이 먹었을 수도 있고, 어떤 동물들은 운동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살았을 수도 있으나, 몸무게 증가 추세가 개체군 전체에서 전반적으로 관찰됐기 때문이다. 또 실험용 동물의 경우에는 평균적인 실험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엄격하게 음식량을 조절하는데도 몸무게 증가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국에 다른 환경에서 사는 다른 동물 종들에서 몸무게 증가 현상이 나타났다면, 이는 음식량이나 운동량 외에 더 일반적인 다른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UAB 보도용 자료/ <더 사이언티스트> 보도).
비만의 원인에 관해 몇 가지 가설도 함께 제시됐다. 먼저 동물들의 몸무게 증가가 빛의 영향에서 비롯했을 가능성이다. 산업사회에서 빛 공해가 늘어나면서 식습관도 바뀌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가능성으로는 비만과 관련된 감염성 바이러스로 알려진 아데노바이러스-36이 동물들의 전반적 몸무게 증가와 관련됐을 수 있으며, 스트레스나 먹이 접근성, 내분비 교란물질 같은 환경 요인의 변화로 인해 후성유전물질 등에 변화가 초래됐을 수도 있다고 연구자들은 제시했다.
그러나 조사 대상의 동물들에서 몸무게 증가 현상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관찰됐다는 데에서 더 나아가 분명한 결론을 제시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이런 흥미로운 조사결과가 실제 제3의 비만 원인과 관련돼 있는지 다른 요인에 의한 통계 결과인지는 다른 후속 연구들에 의해 더 확인되고 보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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