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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사이버 세상에서 갈비뼈가 으스러지게 안아주마!

등록 2011-03-14 15:03

사이버 세상에서 갈비뼈가 으스러지게 안아주마!
사이버 세상에서 갈비뼈가 으스러지게 안아주마!
과학향기
언제나 그렇듯, 엄마와 아빠의 이별장면은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느끼함이다. 이역만리로 떠나는 것도 아니요, 몇 년씩 생이별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건만 불과 5일짜리 제주도 출장에도 서글픈 이별장면은 50분씩 이어지게 마련. 급기야 아빠의 눈에서 눈물까지 뚝뚝 떨어진다.

“여보의 검고 깊은 그 눈동자, 부드러운 머리카락, 그리고 여보가 끓여주는 된장찌개의 구수한 맛을 5일씩이나 맛볼 수 없다는 건 나에게 세상 그 무엇보다 잔인한 형벌이란 걸 알고 있지? 아…, 도대체 5일을 어떻게 기다린단 말인가!”

“아, 진짜 그만 좀 하시라고요! 허구한 날 가는 출장 때마다 이게 무슨 어메이징한 상황이냐고요, 쫌 쫌 그만 쫌~!!”

“넌 아직 사랑을 몰라서 그래. 언젠간 너도 극약을 마신 로미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엄마랑 아빠가 집안의 반대에라도 부딪히셨어요? 정말 너무 심하잖아요. 딸은 신경도 안 쓰면서!”

이때 갑자기 생각난 듯 가방을 뒤지는 아빠. 전선이 달려있는 특이하게 생긴 옷 한 벌을 꺼내 엄마에게 준다.

“너무 슬퍼서 깜빡 잊을 뻔했네. 우리의 사랑을 이어줄 마법의 옷이야. 싱가포르의 한 가상현실연구소에서 개발한 건데, 여보가 이걸 입고 있으면 멀리서도 내가 여보를 꼭 안아줄 때와 아주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장치야.”

“엥? 그게 어떻게 가능해요?”

“여기 구리전선과 공기 포켓이 보이지? 내가 제주도에 작은 곰 인형처럼 생긴 장치를 가져가서 스위치를 누르면 인터넷을 통해 이 옷으로 신호가 전달돼. 이때 전선과 공기 포켓이 체온과 포옹할 때의 압박감을 느끼게 해주는 거야. 이제 우리는 사이버 상에서도 꼭꼭 안아줄 수 있는 거라고!!”

“와, 정말 대단해요.”

“과학 기술의 발달로 오늘날 전화, 화상통화, 채팅 등 청각과 시각을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은 거의 완벽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촉각이나 후각, 미각 등은 공유할 수 없었지. 하지만 최근 사이버 상에서 촉각을 재현해 내는 기술들이 속속 개발되면서 먼 곳에서도 ‘사이버 포옹’을 할 수 있게 됐단다. 이 특이한 옷은 원래 애완동물을 위해 만들어졌어. 주인이 출근한 후에도 주인의 따뜻한 손길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려고 말이야. 이걸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한 거지.”

“혹시 이 옷 말고 사이버 포옹을 할 수 있는 제품이 더 있나요?”

“물론이지. 대표적으로 일본에서 개발된 장치가 있단다. 자동차 안전벨트처럼 생긴 장치 안에는 다양한 센서들과 모터, 진동기, 스피커가 장착되어 있어. 이 장치는 장치를 입은 사람의 감정, 즉 즐거움, 두려움, 슬픔을 비롯한 9가지 감정들을 90% 가량 정확하게 파악해서 상대방에게 전달해준단다. 또 각각의 아바타를 만들어서 사이버 상에서 아바타끼리 포옹을 하면 안전벨트처럼 생긴 장치가 포옹할 때의 느낌을 만들어 주기도 하지.”

열심히 듣고 있던 태연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진다.

“저기요, 아빠. 그런 장치들 말이에요. 혹시 저나 몽몽이한테도 사주실 생각은 아니시죠? 저에게 늘 하시는 그 악행들, 예를 들어 지나친 뽀뽀 강요, 볼 꼬집기, 엉덩이 두드리기 같은 악행을 출장 가서까지 하실 생각은 아니신 거죠? 게다가 기술이 발달해서 아빠의 삼백년 묵은 된장 수준의 입 냄새, 발 냄새까지 고스란히 전달되는 통신수단이 나온다면…. 아악~! 전 차라리 아빠와 인연을 끊고 싶은 마음이에요. 정말 그것만은 용서할 수 없다구욧.”

태연의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몽몽이, 콩콩 짖어대며 뒷걸음질 친다. 태연의 말에 적극 동조한다는 표정이다.

“거 봐요. 몽몽이도 절대 그런 장치를 선물받기 싫다고 난리잖아요. 몽몽이 두 팔 잡고 발레 시키기, 귓속에 바람 불기, 눈에 뽀뽀하기를 출장 가서까지 하시면 아마 몽몽이도 가출을 하고 말 거에욧!”

“흑흑, 아빠의 애정표현이 그토록 괴로웠던 거야? 참담한 마음을 달랠 길 없구나… 라고 말할 줄 알았지? 흥! 걱정도 팔자셔~. 난 네 엄마 말고는 어느 누구와도 사이버 포옹을 할 생각이 없다구!!!”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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