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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한국에 온 방사성물질 극미량이라 안전? 과연 그럴까

등록 2011-04-05 20:57수정 2011-04-05 23:13

방사선 노출 비율
방사선 노출 비율
‘저선량 노출-암발병’ 관계 제대로 규명 안돼
전문가 “제한치 이하라도 노출 줄이는게 최선”
일각 “소량 방사선 몸에 좋다”…국제기구 ‘외면’

안심해도 될까, 조심해야 할까.

오는 7일 내리는 비에 일본에서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더해질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람들의 긴장감이 높아가고 있다.

정부·여당은 한국에 날아온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하인 극미량이어서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5일 논평을 통해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방사성 물질 농도가 점점 옅어지고 있어 인체에는 영향이 없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며 불안감을 달래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달 21일 라디오 연설에서 “바람의 방향과 상관없이 (방사성 물질이) 우리나라까지 날아올 수는 없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요오드-131과 세슘, 제논 등이 검출되자 담당 부처는 인체 허용치의 수천~수만분의 1이라며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안전하다’는 수사 뒤에 과학적 논란이 생략됐다고 말한다. 일시에 많은 방사능에 피폭되는 고선량 노출과 달리 저선량 노출에 대해선 무조건 안전하다고 말하기엔 아직 밝혀진 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방사성 물질이 인체에 피폭돼 영향을 미치는 전리 방사선에 대한 연구는 1945년 이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주변의 원자폭탄 피폭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고선량 노출자들은 급성방사선증후군 등을 겪으며 이내 숨졌고, 저선량 노출자들에게선 길게는 10~20년 이상의 잠복기를 거쳐 암이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고선량 노출과 저선량 노출의 차이점을 발견했다. 먼저 고선량 노출 사례를 연구해보니, 노출량과 질환 사이에서 이른바 ‘역치’(생물이 외부의 자극에 대해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의 세기)가 발견됐다. 즉 방사선에 특정량 이상 노출돼 임계점에 이르면 그때 비로소 질환이 발생한 것이다. 이를테면 한번에 10밀리시버트(m㏜)를 넘게 쬐이면 반드시 백내장이 생긴다.


반면 저선량 노출은 인과관계를 밝히기 힘들고 잠복기가 길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방사선 노출량과 갑상샘암 등 암 발생률과의 관계를 통계적으로 분석했는데, 사람마다 주장은 엇갈린다.

학계에서 통용되는 이론은 엘엔티(LNT·선형 무역치) 모델이다. 통계적으로 봤을 때, 방사선 노출이 클수록 암 발생률도 높아진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암이 발생하는 역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미나 단국대 교수(예방의학)는 “엘엔티 모델은 극미량의 방사선 노출도 유전적 특성 등 사람에 따라 암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제한치 이하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하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예방의학계에서는 적은 양의 노출도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영국 암연구소의 에이미 곤잘레즈 박사 등은 2004년 의학전문지 <란셋>에 영국 주민들의 75살까지의 암 발병 원인 중 0.6%가 진단용 엑스레이 때문으로 추정된다는 논문을 실었다.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등 13개국에서 엑스레이의 암 기여도는 0.6~1.8%로 추정됐고, 엑스레이를 자주 쓰는 일본은 3% 이상으로 나타났다. 엑스레이 한 번 찍을 때 피폭되는 방사선량은 0.1~0.3m㏜에 불과하다.

하 교수는 “피폭 제한치도 사회가 관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을 정해놓은 것이지, 그 이하면 무조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흙에서 방출되는 라돈을 비롯해 여러 측정이 어려운 자연·인공 방사선까지 합치면 피폭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최대한 노출을 줄이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은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 권고치를 따라 인공 방사선의 경우 연간 피폭 한도를 1m㏜로 설정해 놓고 있다.

한쪽에서는 소량의 방사선은 오히려 몸에 좋다고 주장한다. 적당한 음주가 몸에 좋듯 적당한 방사선 노출도 몸에 좋다는 이른바 ‘호메시스’ 이론이다. 원자력발전소 전력 비중이 70%대를 차지하는 프랑스와 원자력 산업계에서 주로 논의되지만, 국제적인 보건기구에서는 이 이론을 지지하지 않는다.

물론 괜한 공포감을 키우는 것은 피해야 할 일이다. 진영우 방사선보건연구원 박사는 “저선량 노출은 기형 등과 관련이 없는데도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직후 주변국에서 인공유산 대열이 이어졌다”며 “일본 원전 사고로 인해 위험도가 증가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괜한 공포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황승식 인하대 교수(예방의학)는 “어쨌든 모든 국민이 피폭되는 건 공중보건상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는 안전만 강조할 게 아니라 방사성 물질의 최대 최소량을 추정해 모의실험을 벌이는 등 투명한 정보 공개로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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