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환 전북대 교수 제안
국내 4개 원자력발전소 부지 안에 보관돼 있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2010년 9월 말 현재 200ℓ짜리 드럼 8만8054개이다. 연간 3000드럼의 폐기물이 발생하고, 저장 용량이 10만드럼인 것을 고려하면 곧 포화상태에 이른다.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의 완공이 늦춰지면 원전 부지 안에 폐기물을 과포화 상태로 보관할 수밖에 없다. 이에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은 동굴식 방폐장 건설과는 별도로 천층식 처분 방식(평탄한 부지에 철근콘크리트 처분고를 만들고 그 안에 방폐물 용기를 쌓은 뒤 여러 층으로 덮는 방식)의 방폐장을 2014년까지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정명섭 관리공단 경주방폐장사업관리실장은 “현재 발생한 폐기물을 모두 사일로에 저장하는 것보다는 중저준위는 동굴 속에, 극저준위는 천층에 보관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 교수는 “경주 방폐장은 지금까지 많은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고 7.2~7.4 규모의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활성단층 지역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공론화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 저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정적인 화강암 지대를 찾아 얕은 곳에는 중저준위 폐기물을, 깊은 곳에는 고준위 폐기물을 보관하면 된다”며 “경주 방폐장은 이 장소를 찾는 10~15년 동안의 임시 저장 장소로 쓰거나 극저준위 처분장으로 바꿔 쓸 것”을 제안했다.
현재 사용후핵연료 처분 방법 가운데 아주 단단하고 투수성이 낮은 화강암 지하 350m의 깊이에 동굴을 파고 저장하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스웨덴의 경우 포르스마르크와 오스카르스함 두 지역이 동굴 방식의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유치 경쟁을 하고 있는데, 포스마크에는 이미 중저준위 폐기물이 보관되고 있다.
오 교수는 “국내 중생대 화강암과 선캄브리아대의 화성암질 편마암 지역의 특성이 스웨덴 화강암과 거의 같다”며 “스웨덴 사례를 원용해 방사성폐기물의 장기 처분 방법을 국민 공감대 속에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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