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걸쳐 6조원 들여
독일 연방방사능방호청(BfS)은 올해 1월 니더작센주의 아세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에 보관중이던 12만6000드럼의 폐기물을 옮기기로 결정했다.
아세 방폐장은 옛 소금광산을 이용해 만든 지하동굴에 1967년부터 1978년까지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옷과 장갑, 서류 등을 저장했다.
그러나 동굴처분장 지반에 금이 가고 지하수가 스며들면서 폐기물 드럼을 부식시켜 방사능 유출이 우려되자 연방방사능방호청이 결국 폐기물을 이전하기로 한 것이다.
연구자들은 아세 방폐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가지 방안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콘크리트나 화학물질로 채우는 방법, 좀더 깊은 곳에 동굴을 만들어 옮기는 방법, 폐기물을 꺼내 옮기는 방법 등이 제시됐다.
그러나 첫째 방법은 장기간 안전성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판단해서, 둘째 방법은 소금광산이 독일 법규가 허용하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배제했다. 셋째 방법도 폐기물 드럼들이 부식된 상태여서 옮기는 과정에서 작업자들이 피폭당할 위험이 크지만, 장기적 안전을 위해 이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연방방사능방호청은 밝혔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조직활동국장은 “독일이 10년에 걸쳐 40억유로(6조5000억원)를 들여가며 폐기물을 옮기기로 한 결정은 경주 방폐장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지금이라도 균열과 지하수 문제를 안고 있는 경주의 동굴 방식(지하 암반층에 수평동굴이나 수직동굴을 뚫어 방폐물 드럼을 쌓은 뒤 폐쇄하는 방식) 방폐장 건설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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