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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3색 신호등 ‘인지과학 무시’

등록 2011-04-29 20:33수정 2011-04-29 21:48

좌회전 금지 신호
좌회전 금지 신호
빨간색은 ‘통행금지’…좌회전 화살표는 ‘이동지시
‘색깔-방향’ 의미 충돌로
운전자들 오판 가능성
경찰청선 “교육하면 된다”
경찰청이 지난 20일부터 시범운영중인 ‘화살표 3색 신호등’을 도입하면서 인지과학적 검토를 하지 않아 사고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로운 신호체계가 방향과 색깔의 두가지 의미를 동시에 전달해 운전자들이 순간적으로 오판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인지과학 전문가인 이건효 서강대 강사(전 한국실험심리학회 이사)는 28일 “빨간색 좌회전 화살표는 ‘통과 금지’라는 빨간색의 문화적 의미와 좌회전 방향 지시 의미가 충돌한다”며 “한적한 외곽 지역에서 야간에 좌회전하려는 차량이 빠른 속도로 교차로에 진입하며 발견한 빨간색 좌회전 화살표를 1만명 가운데 1명이라도 잘못 읽으면 치명적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민식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도 “3색 신호등은 화살표와 색깔 두가지 속성을 동시에 처리해야 해 정신적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며 “자극의 수가 많아질수록 반응시간도 정비례해서 많이 걸리기 때문에 순간적인 판단과 반응이 필요한 교통신호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인지과학적 측면에서 디자인의 산물은 의미와 메시지를 해석하는 수용자의 노력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수용자는 곤란한 지경에 빠진다. 가령 볼륨을 올리고 내리는 버튼을 정삼각형과 역삼각형으로 표시하고 그 위에 볼륨을 뜻하는 영문자 ‘V’를 새겨 넣으면 역삼각형과 ‘V’는 정보가 일치하지만 정삼각형과 ‘V’의 정보가 충돌한다.(아래 그림) 수용자가 ‘V’ 표시를 ‘볼륨’으로 인식하는 데는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우리 뇌에서 색과 모양, 크기, 거리, 위치, 방위 등 시각적 속성들을 처리하는 부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청은 화살표 3색 신호등이 선진국에서 이미 실험과 검증을 거쳐 정착된 신호체계여서 인지과학적 검토는 필요없으며, 교육을 통해 극복할 문제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찰청은 홍보가 부족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민식 교수는 “외국에서 연구를 했다 하더라도 연구의 방법과 결과에 대해 검토를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건효 강사는 “이중 의미가 단일 의미로 내면화될 정도로 홍보를 하려면, 많은 비용을 들여 공익광고 등을 지속적으로 내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모 성균관대 명예교수(심리학)는 “신호체계의 변경은 각종 신호에 작동하는 인간 인지체계의 특성, 행동반응에 걸리는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과학적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시민들의 생명이 달린 중요한 사안을 비전문가들이 과학적 검토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이문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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