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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죽음의 의식’ 치르는 좀비개미의 비밀

등록 2011-05-11 14:53

좀비개미의 최후, 뒷머리에 포자를 단 곰팡이 줄기가 나와 있다.
좀비개미의 최후, 뒷머리에 포자를 단 곰팡이 줄기가 나와 있다.
비틀거리다가 해 높이 뜨면 나뭇잎 깨물고 죽어
곰팡이가 뇌 침입해 조종하며 밥과 번식 창고로
■ 조홍섭 기자의 <물바람숲> 바로가기
타이 남부의 열대림에 사는 목수 개미의 한 종은 숲 지붕에서 산다. 다른 나무로 이동할 때를 빼곤 좀처럼 나무를 내려오지 않고 이동할 때도 정해진 길로만 다닌다.

그런데 이 개미 가운데는 마치 술 취한 것처럼 아무 데로나 다니고, 또 해가 중천에 뜨면 비틀거리다 나무에서 떨어져 나뭇잎을 깨문 채 죽는 일정한 행동을 하는 개미들이 있다.

다윈과 함께 자연선택 이론을 발견한 박물학자 알프레드 월러스가 1859년 술라웨시에서 발견한 이 신비스런 행동의 비밀이 밝혀졌다.

데이빗 휴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곤충학자 등 여러 나라 과학자들은 지난 8일 온라인 공개 국제학술지인 <비엠시 에콜로지>에 실린 논문을 통해 이 개미들은 특정 곰팡이의 조종을 받는 ‘좀비 개미’라고 밝혔다.


좀비개미의 머리. 뇌(B)와 근육(Mu)의 회색 반점이 곰팡이 균사이다.
좀비개미의 머리. 뇌(B)와 근육(Mu)의 회색 반점이 곰팡이 균사이다.
연구진은 이 기생 곰팡이에 감염된 개미의 행동이 어떻게 극적으로 변하는지 현장 관찰을 통해 추적했다.

곰팡이에 감염된 개미의 근육과 뇌는 곰팡이의 균사로 가득 차면서 근육이 쇠퇴하고 중추신경계가 손상을 입는다. 그 결과 정해진 길로만 가는 건강한 개미와 달리 우왕좌왕하면서 길을 잃고, 경련을 수시로 일으키면서 숲 지붕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연구진은 숲 바닥 쪽이 숲 지붕에 견줘 온도가 낮고 습도가 높아 곰팡이가 번식하기에 적합한 조건이라고 밝혔다.

두뇌에 곰팡이 균사로 점령당한 개미는 해가 머리 위에 올 때쯤 괴상한 최후의 행동을 한다. 개미는 지상 25㎝쯤 되는 어린 나뭇잎 뒷면의 잎맥을 주둥이로 꽉 깨문 채 최고 8시간까지 매달려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때 곰팡이는 주둥이의 근육을 조절해 죽은 뒤에도 나뭇잎을 놓지 못하도록 한다. 이어 개미 머리를 뚫고 곰팡이의 줄기가 삐쳐나와 포자를 흩뿌린다.

나뭇잎맥을 물고 죽음을 기다리는 좀비개미.
나뭇잎맥을 물고 죽음을 기다리는 좀비개미.
연구진은 개미가 숲 아래로 내려와 죽도록 행동을 유도한 이유는 개미집에선 감염된 개미를 다른 개미가 신속히 청소해 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풀이했다.

기생 곰팡이에 감염된 개미는 다른 좀비 개미 사체가 매달린 잎 주변에 몰리는 경향이 있어 ㎡당 25마리가 넘는 곳도 있었다. 이처럼 곰팡이 포자로 집중 오염된 나무를 건강한 개미가 지나가다 오염되면 좀비가 되는 것이다.

휴스 박사는 논문에서 “좀비 개미는 개미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은 곰팡이 유전자의 확장된 발현”이라며 “기생 곰팡이는 이 목수개미를 걸어다니는 식량창고이자 근육과 중추신경을 조절해 최적의 번식지로 이끄는 수단으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조홍섭 기자의 <물바람숲>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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