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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사상 최대 쥐 박멸 작전 나선 환경론자들

등록 2011-05-12 16:50수정 2011-05-12 17:58

쥐약을 싣는 헬기. 사우스 조지아 섬에는 2대의 헬기가 한 달 동안 50t의 쥐약을 살포했다.
쥐약을 싣는 헬기. 사우스 조지아 섬에는 2대의 헬기가 한 달 동안 50t의 쥐약을 살포했다.
“200년 만에 처음으로 안심하고 둥지를 틀었어요.”

만일 남대서양에 사는 새들이 말을 한다면 이렇게 입을 열었을 것이다.

알바트로스, 펭귄, 바다제비 등 바다새 새끼 수백만 마리가 해마다 그만한 숫자의 집쥐들에 잡아먹혔다. 그러나 쥐들의 잔치에 올 봄부터 중대한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쥐 퇴치 사업이 영국령 사우스 조지아 섬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우스 조지아 섬 전경. 18세기 말부터 물개, 고래 잡이 배가 드나들면서 집쥐를 옮겨왔다
사우스 조지아 섬 전경. 18세기 말부터 물개, 고래 잡이 배가 드나들면서 집쥐를 옮겨왔다
남미 끄트머리에서 약 2000㎞ 떨어진 대서양의 제법 큰 외딴 섬인 사우스 조지아는 물고기가 많은 풍요로운 곳이었다. 수많은 새와 물개, 고래가 이곳에 모여들었다.


1775년 제임스 쿡이 발견한 이래 1700년대 말~1800년대 초에 걸쳐 영국과 미국의 물개잡이 어선이 처음 진출했고 고래잡이 어선이 뒤를 이었다.

사우스 조지아 섬에 둥지를 튼 알바트로스
사우스 조지아 섬에 둥지를 튼 알바트로스
사람들이 들락거리면서 집쥐들이 배의 로프를 타고, 또는 난파한 배에서 헤엄쳐 섬에 정착했다. 쥐들은 곧 엄청난 먹잇감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아챘다.

사우스 조지아 섬은 현재도 세계 최대 규모의 바다새 서식지이다. 새들은 바다에서 먹이를 찾지만 알은 육지에서 낳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남극에 가까운 기후 조건 때문에 섬에는 나무 한 그루 없다. 새들은 땅 위나 땅 속에 둥지를 만들어 번식했다. 이들은 처음 보는 쥐를 피할 줄도 모르고, 또 피할 곳도 없다.

이 섬에 서식하는 새는 모두 29종이며 이 가운데는 사우스 조지아 논종다리와 사우스 조지아 고방오리처럼 세계적으로 희귀한 새들도 포함돼 있다.

쥐 피해는 일상적으로 계속됐지만, 기후변화는 과학자들이 더는 지체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을 초래했다. 기온이 오르면서 섬을 몇 개로 나누던 빙하가 점차 녹아 천연의 차단벽이 사라져 국지적이던 쥐 피해가 섬 전체로 확산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사우스 조지아 섬의 쥐 확산을 막아주는 천연 방벽인 빙하. 기후변화로 녹고 있다.
사우스 조지아 섬의 쥐 확산을 막아주는 천연 방벽인 빙하. 기후변화로 녹고 있다.
환경보호단체인 사우스 조지아 헤리티지 트러스트는 섬 당국의 허가를 받아 바다새 서식지 복원 프로젝트를 출범시키고 지난 3월 1단계 사업을 벌였다.

총 면적 8만㏊인 섬의 13%에 28일 동안 헬기 2대가 50t의 쥐약이 묻은 펠릿을 살포했다. 단 한 마리의 쥐도 남김없이 죽이기 위해 1㏊당 2㎏의 쥐약을 뿌렸다.

쥐약 성분은 브로디파쿰으로 내출혈과 장기 기능 마비를 일으킨다. 쥐는 자연먹이보다 이 펠릿을 더 좋아한다. 또 빛을 무서워하게 만들기 때문에 쥐약을 먹은 쥐는 대개 굴속에서 죽게 된다.

밧줄을 타고 배에서 탈출하는 집쥐.
밧줄을 타고 배에서 탈출하는 집쥐.
과학자들은 생태계에 끼칠 부작용도 평가했다. 약 성분은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식수원 오염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쥐약이나 죽은 쥐를 먹을 가능성이 있는 오리, 스쿠아, 갈매기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기로 했다.

쥐 퇴치 사업은 오는 2015년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사업 책임자인 토니 마틴 영국 던디대 교수는 사우스 조지아 헤리티지 트러스트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1단계 사업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새들은 200년 만에 처음으로 쥐 없는 세상에서 안심하고 둥지를 틀었다”고 밝혔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조홍섭 기자의 <물바람숲>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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