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선로에 비닐 걸려 전기 끊겨
주민들 “점검 제대로 한거냐” 불안
주민들 “점검 제대로 한거냐” 불안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2호기가 21일 오전 전력계통 이상으로 가동을 멈췄다. 수명을 연장해 가동하던 고리 원전 1호기가 4월12일 가동을 멈춘 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달 6일 ‘국내 원전 21기 모두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발표한 지 40일 남짓 만에 일어난 고장이다. 주민들의 원전 불안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30분께 고리 1·2호기가 생산한 전력(345㎸)을 신울산변전소로 보내는 송전선로에 비닐이 걸리면서 전기 공급이 끊겼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가 전기 공급을 곧바로 복구했지만, 고리 2호기에서만 보호계전기가 작동하면서 가동이 중단됐다. 고리원자력본부 관계자는 “송전선로가 곧바로 복구되면 보호계전기가 동작하지 않도록 설계됐는데도, 보호계전기가 스스로 가동해 원자로 가동이 중단되는 것은 매우 드문 현상”이라며 “제작사와 함께 사고 원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고리 1호기는 보호계전기가 작동하지 않아 가동을 계속했다.
고리 2호기의 재가동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교과부는 고리 1호기 사고 이후 ‘원전 안전과 직결되지 않은 부분의 이상으로라도 원전 가동이 중단되면 직접 원인을 규명한 뒤 재가동을 허용하겠다’는 원전 안전 확보 대책을 밝힌 바 있다.
가압경수로형 65만㎾급인 고리 2호기는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63차례 고장으로 가동이 멈췄다.
고리 2호기의 가동 중단 소식에 고리 원전 인근 기장군 장안읍 길천리의 한 주민은 “고리 1호기가 4월에 고장난 뒤 정부가 국내 원전 21기에 대한 정밀점검을 벌여 이상이 없다고 발표했는데 두 달도 되지 않아 또다시 사고가 났다”며 “정부가 형식적으로 점검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교과부는 30년 설계수명이 다한 국내 첫 원전인 고리 1호기의 수명을 10년 더 연장해 가동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고리 1호기에 고장이 나자, 전문가 56명을 동원해 정밀점검을 벌인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원전 21기 모두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지난달 6일 발표했다. 고리 1호기는 발표 이틀 뒤 재가동에 들어갔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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