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이 무균 미니돼지에서 채취한 췌도를 당뇨병 원숭이에게 이식한 뒤 검사한 결과 혈당조절 효과가 수개월 동안 지속되는 것이 확인됐다.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제공
돼지 췌장 이식연구 큰 진전
법제화 안돼 임상시험 불투명
법제화 안돼 임상시험 불투명
당뇨병 치료용 췌도, 각막, 심장판막 등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기 위한 연구는 상당한 진전이 있는 반면 실제 임상에 적용하기 위해 필요한 법제는 마련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 지정으로 2004년 발족한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독성실험 기관 자격인 ‘비임상시험관리기준’(KGLP) 인증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연구단 산하 영장류 전임상 연구센터는 그동안 돼지 췌도를 원숭이에게 이식해 검사를 한 결과 사람에게 이식해도 좋을 정도의 효능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무균돼지의 췌장에서 떼어낸 췌도(랑게르한스섬)를 당뇨병에 걸린 원숭이들에게 이식한 결과 혈당조절 효과 지속기간이 국제 기준인 6개월에 근접했다. 사업단은 식약청에서 케이지엘피 인증을 받아 독성실험을 마치면 1~2년 안에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5월 현재 우리나라의 장기이식 대기자는 1만9687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는데 한해 이식 건수는 3천여명에 불과하다. 췌장(췌도) 이식 대기자는 492명(2.5%)이다.
박정규 사업단 부단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19일 “세계이종이식학회가 마련한 췌도 이식 가이드라인은 8마리의 영장류를 실험해 50% 이상이 6개월 이상 혈당조절 능력을 유지해야 하고 감염 등 각종 안전문제도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국제 가이드라인에 따라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첫번째 국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각막의 경우에는 원숭이 중에 1년 넘게 돼지 각막을 지니고 생존한 경우도 있어, 세계이종이식학회가 오히려 사업단에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달라고 요청을 해올 정도다.
그러나 임상시험 관련 법적 토대가 마련되지 않아 동물실험이 완료돼도 곧바로 사람에게 이식하는 시험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권복규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는 “일반 국민의 이종이식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2003년 55%, 2005년 61.6%, 2009년 69.8%로 해마다 늘어가는 추세임에도 정부 어느 부처도 이종장기 이식에 대한 법제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정부와 의원입법으로 4건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상정돼 있지만 어느 법률안에도 이종장기 이식에 대한 규정은 들어 있지 않다.
이종장기 이식을 법제화할 필요성은 이종장기 이식이 복합적이고 위험의 불확정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인수공통감염병 발생 가능성 등 때문에 임상시험 피험자를 강제로 추적관찰해야 하는데, 이는 프라이버시권 등 피험자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권 교수는 “법률이 아닌 기존의 가이드라인이나 지침으로 강제할 사안이 아니어서 별도의 법률과 관리감독할 기구가 필요하다”며 “법률안에 대한 연구는 상당히 진척됐음에도 이를 받아줄 정부 파트너가 없다”고 말했다. 정영훈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안전과장은 “현재 생명윤리와 관련된 부분은 보건복지부가, 임상시험에 대한 것은 식약청과 질병관리본부, 동물실험에 대한 것은 농림식품부가 맡고 있어 이종장기 이식처럼 복합적인 사안은 어느 한 부처가 맡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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