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안진호(34) 박사후연구원, 이지환(31) 박사연구원.
재미 한국인 과학자들이 흥미로운 나노과학 연구성과를 잇따라 발표했다. 미국 스탠포드대 기계공학부의 이지환(31) 박사연구원은 2일 물을 이용해 랩보다 훨씬 얇은 나노와이어 전자소자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의 핵심은 실리콘 기판(웨이퍼) 위에 니켈을 얇게 입힌 뒤 그 위에 전자회로를 만드는 것이다. 니켈은 물과 친한 성질(친수성)이 있는데다 니켈 덕에 실리콘도 친수성으로 변하기 때문에 두 물질 사이에 물이 스며들면 니켈과 그 위에 만들어진 전자회로가 떨어져 나온다. 니켈을 녹여내는 화합물을 처리하면 니켈은 3분 안에 사라지고 랩보다 15배는 더 얇은 나노와이어 전자소자가 생긴다. 이것은 찌그러진 깡통이나 플라스틱통, 직물이나 옷, 포스트잇 메모지, 알루미늄 호일, 유리, 플라스틱 등 어느 곳에든지 쉽게 들러붙는다. 무엇보다도 이 나노와이어 전자소자는 쓰다가 물에 담그면 다시 회수해 재생해 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지환 연구원은 “이 박막 전자소자는 두께 800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정도의 폴리머에도 쉽게 올릴 수 있어 심장이나 뇌 조직 등 울퉁불퉁한 장기 표면에 붙이면 ‘초감각 바이오센서’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미국화학학회가 발간하는 유명학술지 <나노레터스> 최근호에 게재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화학공학과의 안진호(34) 박사후연구원은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고감도 단백질칩을 개발해 역시 <나노레터스> 7월호에 논문이 실렸다.
디엔에이칩과 달리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대량으로 파악할 수 있는 단백질칩은 단백질 합성과 분리, 보관의 어려움 때문에 개발이 어렵다. 형광물질 표지 과정에 단백질이 변형되는 문제도 있다. 안 연구원은 탄소나노튜브가 형광 특성을 지닌 데 착안했다. 단백질과 탄소나노튜브가 작용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놓고 100여가지 종류의 단백질을 심어놓은 뒤 특정 단백질을 뿌려 어느 단백질들과 상호작용하는지를 파악했다. 연구팀은 세포나 미생물을 키워 단백질을 합성하는 방법 대신 세포 없이 단백질을 합성하는 무세포단백질 합성법을 이용해 최대 1156개의 단백질과의 상호작용 검출에도 성공했다. 안 연구원은 “개발한 단백질칩을 이용해 세포사멸과 관련된 단백질 네트워크를 규명하고, 현재는 면역 및 암 발생과 관련된 단백질을 선별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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