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과 유전병 퇴치를 위한 전화모금활동인 ‘텔레통’이 지난해 12월3~5일 프랑스 2티브이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이 모금액은 근위축증투쟁협회(AFM)의 희귀병 연구와 치료를 위한 임상시험에 주로 쓰인다. 근위축증투쟁협회 제공
프랑스에서는 해마다 연말이면 희귀병과 유전병 퇴치를 위한 전화모금 행사인 ‘텔레통’이 열린다. 지난해에도 12월3~5일 사흘 동안 텔레비전 생중계로 모금활동을 벌여 9045만유로(1392억원)를 모았다. 1968년 시작한 이 모금활동은 10년 전인 1958년 결성된 ‘근위축증투쟁협회’(AFM)를 돕고자 조직됐다.
당시 근위축증은 괴물이나 ‘자연의 실수’로 간주됐다. 이 질병은 근육이 위축돼가는 원인불명의 병으로 루게릭병으로도 알려져 있다. 몇몇 부모들은 무관심과 싸우기 위해 협회를 결성했지만 질병의 성격이나 원인, 치료법에 대한 지식은 거의 없었다. 회원들은 스스로 질병의 진행에 관한 것이나 효과가 있는 치료법·식사·물리요법 등 정보를 축적해나갔다. 지식의 생산자가 된 근위축증투쟁협회는 연구자와 의사들이 협력을 시작한 이후에도 이들에게 연구를 전적으로 맡기지 않고 자체 연구활동을 계속해나갔다. 협회는 연구에 관여하는 것을 그만두라는 일부 과학자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제네통’이라는 연구소를 설립해 유전자 연구에 나섰다. 텔레통 모금의 70%는 제네통 등을 통해 유전질환의 임상 연구에 쓰인다. 지난달에는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받아 프랑스·영국·미국 공동연구팀이 유전성 혈액질병인 비스코트-올드리치증후군(WAS)의 유전자 치료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로랑스 티에노에르망 협회 대표는 “텔레통 모금이 없었다면 국제 임상연구는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근위축증투쟁협회의 특징은 환자들이 연구공동체에 전적으로 관여한다는 점이다. 협회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환자와 환자 가족들로만 구성된다. 협회는 최대의 자원을 사회적 임무 활동에 지출하기 위해 기금모금이나 행정비용을 20% 이하로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협회의 총 수입은 1억2840만유로(1976억원)로 이 가운데 82.6%가 질병 연구·치료 활동과 환자 지원 및 권익 보호 등 사회적 임무에 쓰이고 모금활동과 행정업무에는 각각 10.1%와 7.3%만이 쓰였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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