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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에어로켓 쏘아올리자 아이들 눈망울이 반짝

등록 2011-09-13 20:58

사회 속 과학 소통의 현장 ③ 인천과학사랑교사모임 마다가스카르 과학캠프
난생 첫 과학실험에 들떠
언어 달라도 소통은 거뜬
연수 참가한 현지 교사들
“과학기자재 구입 도움을”
150㎜ 폭우가 쏟아지던 7월31일 인천공항을 뒤로하고 떠난 지 31시간 만에 도착한 마다가스카르의 수도 안타나나리보의 겨울 공기는 꽤 쌀쌀했다. 인천과학사랑교사모임(인과사)의 ‘제2회 마다가스카르 과학캠프’ 활동은 다음날 아침 ‘꼬끼오’ 하는 만국 공통의 닭 울음소리에 선잠을 깨며 시작됐다. 우리 일행은 과학실험용 물품과 학용품, 선생님 선물용 비누·치약들을 챙겨 ‘조아라 파난테나나’ 초등학교로 향했다. 도착해보니 160명의 초·중·고교 학생들과 대학생 등 자원봉사자 12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학생들을 8개 반으로 나누고 곧바로 실험교실을 열었다. 8개의 실험이 진행됐는데, 인과사 선생님들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고른 것들이었다. 선정에 공이 든 만큼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자신이 생애 처음으로 만든 과학실험 키트를 들고 다니면서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들에게 행복이었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마주 보며 웃을 때 강하게 소통하고 있음을 느꼈다. 진공용 용기에 초코파이를 넣고 펌프로 공기를 빼내어 진공상태를 만들면 마시멜로가 부풀어오르는 실험과 종이컵에 실을 연결해 당기면 마찰 에너지로 인해 종이컵이 울려 까마귀 소리가 나는 실험은 큰 인기를 끌었다. 아이들은 실험이 끝나도 초코파이를 먹지 않고 집에 가지고 갔다. 먼 외지의 이방인에게 무엇인가를 배우려고 눈망울을 반짝이며 집중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교사로서의 자긍심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운동장에서는 에어로켓 날리기가 한창이었다. 하늘 높이 날아가는 에어로켓을 보며 마다가스카르의 학생들이 큰 꿈을 품기를 소망해 보았다.

인천과학사랑교사모임(인과사) 소속 교사들이 지난달 중순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를 방문해 길거리에서 아이들을 모아놓고 과학실험을 선보이고 있다.(왼쪽) 이들은 초등학교를 방문해 과학실험도 선보이고(오른쪽 위), 현지 교사들을 대상으로 과학캠프를 열기도 했다.(아래) 인천과학사랑교사모임 제공
인천과학사랑교사모임(인과사) 소속 교사들이 지난달 중순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를 방문해 길거리에서 아이들을 모아놓고 과학실험을 선보이고 있다.(왼쪽) 이들은 초등학교를 방문해 과학실험도 선보이고(오른쪽 위), 현지 교사들을 대상으로 과학캠프를 열기도 했다.(아래) 인천과학사랑교사모임 제공
오후에는 암보히말라자의 한 중학교에서 90여명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사실험연수를 했다. “마나호나 뜸뿌꾸.” 말라가시어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실험수업에 들어가자 과학교사들답게 실험 도중 원리에 대해 예리한 질문도 하고, 물품 구입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물품 구입이 쉬운 여건은 아닌 것 같았다. 우리가 선물로 준비해간 과학 기자재로 이곳 선생님들이 직접 실험 키트를 제작해 학생들에게 시범실험만이라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랐다. 이틀에 걸친 연수를 마치고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악수를 나누는 손끝에 힘이 주어졌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교사 연수가 이곳에 인과사처럼 작은 과학교사모임의 씨앗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과학캠프와 교사실험연수를 마치고 우리는 ‘바오바브나무’ 군락지로 유명한 모론다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오바브나무 옆에는 왠지 ‘어린왕자’가 서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대신 많은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우리들은 실험꾸러미를 펴고 길거리에 철퍼덕 앉았다. ‘길거리 과학교실’에서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과학실험 도구로 무엇인가 만들어 보이면서 눈빛만 교환하면 된다. 아이들의 눈망울이 초롱초롱 빛난다. 모두들 실험에 참여하고 싶어 안달이다. 우리는 각자 준비한 재료와 도구들을 펼쳐 놓고 아이들과 함께 실험을 즐겼다. 시원한 길거리에서 하는 과학교실은 우리 모두를 상쾌하게 한다. 지나가던 어린 아낙도 슬그머니 고개를 기울인다. 등에 업힌 아가도 함께. “아리가토”를 외치는 아이들에게 “고맙습니다”를 가르칠 땐 민간외교가 따로 없다는 생각을 하며 어깨를 우쭐대보기도 했다.

인과사 목적은 잘 배워 잘 가르치고(배움), 배운 것은 서로 나누고(나눔), 이웃나라에도 나누어주자(봉사)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처럼 해외 과학교육봉사 활동이 활성화하는 데 인과사가 하나의 밑돌이 되기를 바란다.

안타나나리보(마다가스카르)

한소영 인천삼산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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