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기술 개발·보급 단체인 ‘나눔과 기술’이 아프리카 차드의 연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숯탄제조기 사용법을 주민에게 설명하고 있다. 나눔과 기술·굿네이버스 제공
‘소외된 90% 위한 공학설계’ 지향
과학자들 뭉쳐 2009년 발족
캄보디아 마을 태양광시스템 이어
차드공화국서 적정기술 개발 활동
과학자들 뭉쳐 2009년 발족
캄보디아 마을 태양광시스템 이어
차드공화국서 적정기술 개발 활동
우리나라 과학자들의 과학기술 나눔 활동은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활발하다. 그 중심에는 사단법인 ‘나눔과 기술’이 있다. ‘소외된 90%를 위한 공학설계’를 지향하는 과학기술자들이 2005년 창립한 크리스천과학기술포럼을 비롯해 적정기술 보급을 목적으로 하는 전국의 과학기술자들이 모여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에 등록하면서 발족했다.
나눔과 기술은 그해 첫 사업으로 캄보디아 프리벵 지역의 한 학교에 태양광 시스템을 설치했다. 카이스트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김강석 교장(선교사)이 운영하는 성인 대상 컴퓨터 교육 및 청소년공동체 학교였다.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발전기를 이용하거나 충전한 배터리를 사용해야 해 소음도 심하고 비용 부담이 컸다. 나눔과 기술 회원들은 십시일반 3천만원을 모아 국내에서 부품들을 구입한 뒤 캄보디아로 이송해 사흘 만에 학교 지붕에 태양광 시스템을 설치해줬다. 올해는 마을에 전기가 들어와 배터리 충전용으로 전환할지, 더 시골마을로 옮겨줄지를 검토하고 있다.
지역의 환경에 맞춘 적정기술을 개발한 사례는 지난해 아프리카 차드공화국에 보급한 숯탄제조기 및 망고건조기를 들 수 있다. 특허청이 후원하고 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와 공동사업으로 추진한 숯탄제조기는 한밭대 적정기술연구소의 한 동아리가 고안한 ‘옥수수대를 이용한 숯 제조기술’을 기반으로 했다. 사탕수수대를 원료로 숯을 만들고 이것을 틀에 넣어 탄을 만드는 것으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에이미 스미스 교수가 운영하는 디-랩(D-Lab)에서 개발한 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디-랩의 숯탄제조기가 무거운 추로 압축한 뒤 탄을 빼내는 일체형이어서 쓰기가 불편한 데 비해 나눔과 기술이 만든 숯탄제조기는 반자동으로 압축과 배출이 순차적으로 이뤄지게 돼 있어 현지 주민들이 사용하기 훨씬 편리하다. 또 숯탄을 만들 때 접착제로 열대지방에 흔한 뿌리녹말식물인 카사바를 이용했다.
망고건조기는 지역민의 생활 향상을 위해 추진됐다. 망고는 열대지방에서 나는 과일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흔하지만 수분이 높아 저장성이 크게 떨어진다. 건망고를 상품화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줘야 하는데 자연광과 바람을 이용한 건조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밀한 설계가 필요했다. 나눔과 기술 연구팀은 차드 현지에서 자연대류를 이용한 터널형 건조기와 피라미드형 건조기를 제작해 실험을 하고 있다.
굿네이버스는 나눔과 기술이 설계·개발한 숯탄제조기와 망고건조기 생산기술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말라위에 사회적 기업을 세워 현지 고용을 늘리고 마을 주민들의 소득을 창출해주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나눔과 기술은 내년 8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캄보디아과학기술대와 공동으로 국제적정기술 워크숍을 열 계획이다. 또 오는 11월5일 이화여대 삼성교육문화회관에서 ‘한국에서의 적정기술의 발전방안’ 포럼을 열 예정이다.
김찬중 나눔과 기술 사업기획위원장(한국원자력연구원 초전도팀장)은 “적정기술을 가난한 사람을 돕는 기술로 오해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최근 정전사태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보듯이 거대하고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과학기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자본집약적이 아닌 노동집약적 기술을 통해 지역사회와 밀착되고 친환경적인 성과들을 내는 것이 기본적인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대전/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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