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화산징후? “땅속 8km 마그마 상승중”
백두산의 화산 분출 징후를 감시하고 그 가능성을 예측하려는 연구의 중심에는 백두산 땅속의 거대한 마그마 덩어리가 있다. 얼마나 큰 마그마 덩어리가 어느 깊이에서 어디에 모여 있고, 어떤 속도로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백두산 화산 분출의 가능성이 얼마나 되며 분출 규모는 얼마나 될지 과학적 근거를 갖추고서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두산에서 화산 동향 관측이 본격화한 10여 년 전부터 이곳에서는 잦은 지진이나 온천 수온 상승 같은 여러 이상현상들이 계속 관찰되고 있으나, 아직 마그마의 거동과 관련한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어서 화산 분출 가능성의 ‘언제, 얼마나, 어떻게’를 뚜렷히 예측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최신호(11월4일치)에서 북한의 백두산 관측 현장을 직접 찾아 취재하고 중국과 한국, 북한의 연구자를 두루 만난 뒤 그동안 제기됐던 백두산 이상징후의 증거와 이에 대한 학계 반응을 간추리는 북한 방문 취재기를 보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글에서는 사이언스의 보도 내용을 간추리고, 이와 관련한 국내 학자들의 얘기를 담았다.
“백두산 마그마는 상승중”?
사이언스 보도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백두산 마그마의 거동에 관한 그동안의 연구물이다. 그 중에서도 땅속에 흐르는 지전류를 탐사해 마그마의 규모와 위치를 추적하는 자기지전류(MT) 탐사방법과, 인공 폭발물을 일부러 터뜨려 생기는 지진파의 속도로 땅속의 구조를 추적하는 지진파 방법을 써서 얻는 자료들이 현재 주목받고 있다. 윤성효 부산대 교수는 아직 연구가 충분하지는 않다고 전제하면서 “지금까지 나온 연구를 보면 백두산 지하에는 거대한 ‘마그마 방(magma chamber)’들이 납작한 물방울 모양으로 드문드문 아래 쪽으로 흩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대략 6~8킬로미터 땅속에 마그마 방이 존재하는 것으로 얘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자기지전류(MT) 탐사방법으로 들여다본 백두산 내부 마그마의 거동 데이터 일례. 아직은 오차 범위가 너무 크기 때문에 높은 신뢰도를 지닌 자료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다. 출처: 사이언스
사이언스 보도를 보면, 중국 과학자는 “(MT 탐사 결과로 볼 때) 수 킬로미터 밑에 마그마 방이 있다”고 말했으며, 북한 과학자는 “(독자적인 관측 조사를 해보니) 6킬로미터 밑에 마그마 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 나라 과학자들은 “마그마가 상승중”이라고 전했다. 또한 지진파를 이용한 관측조사에서도 섭씨 1천도 안팎의 고온 마그마 때문에 지진파의 속도가 느려지는 이른바 ‘저속도 층’이 백두산 지하에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결과는 현재 학계에서 신뢰도 높은 연구결과로 주목받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사이언스 보도에서도, 두 나라 과학자들은 마그마의 위기와 거동에 관한 자신들의 연구결과에 대해 아직은 공간 해상도가 매우 낮고 오차 범위가 크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충분히 신뢰하기는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초기 연구로는 의미가 있지만 너무 크게 의미를 두는 것은 위험하다는 얘기다. 국내 학자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조문섭 서울대 교수는 “오차 범위가 워낙 크기 때문에 아직은 알기 힘든 상황”이라며 “여러 그림들이 많이 나오는데 사이언스에 보도된 것도 그것들 중 하나”라며 큰 의미를 달지는 않았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도 “(실제 상태를 직접 보여주는 게 아니라) 데이터를 이용해 작성한 모델이자 시뮬레이션의 결과”라며 “더 심각한 상황을 전하는 다른 연구도 많으며 학계에서는 아직까지는 그리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윤성효 부산대 교수도 “더 정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그마가 상승 중’임을 보여주는 근거는 어디에서 나올까? 윤 교수는 “온천 수온이 오른다는 것은 열원인 마그마가 가까이 다가온다는 것을 의미하며 온천 가스를 분석하면 마그마에서 나오는 헬륨 동위원소가 검출되는데 이런 것들이 2002년께 마그마가 일부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물론, 마그마의 ‘상승’ 거동 가능성은 백두산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지진파나 지전류 탐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들에서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 백두산 마그마의 위치, 규모, 거동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중국 쪽뿐 아니라 북한 쪽에서도 백두산 내부를 들여다보려는 정밀한 지구물리탐사가 국제협력 연구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국 지질학자 제임스 해먼드는 사이언스 보도에서 “백두산 내부의 완전한 그림은 지진계와 MT 탐사가 화산 전체를 가로질러 이뤄질 때에만 나올 수 있다”며 “이를 위해 북한 쪽에도 (더 정밀한 관측기기인) 광대역 지진계 8대가 설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현상’ 분출조짐 증거?
마그마의 거동보다도 더 일반인의 관심을 즉각 끌어모은 것은 지난 2002~2005년 시기에 백두산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던 이상현상이었다. 중국 과학자들의 얘기를 전한 사이언스의 보도를 보면, 이 시기에 중국 쪽 영토에 있는 백두산 지역의 지진계에서는 백두산의 흔들림이 매우 자주 관측되었으며, 그 진동의 원천은 백두산 지하 5킬로미터 지점인 것으로 보인다는 추정도 제시했다. 절정기였던 2003년 5월에만 한 달 동안 500차례 넘게 진동이 관측됐다고 한다. 사이언스는 이 기간에 백두산은 평시보다 5배나 빠른 속도로 6.8센티미터나 솟아올랐다는 관측 결과도 인용해 보도했다. 지진계의 이상징후는 2005년 5월 이후 소강 상태가 되면서 평소 수준으로 돌아왔다.
중국 과학자들은 최근에도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백두산 천지를 둘러싼 가장자리 지역이 몇 센티미터 내려앉은 것으로 관찰되었으며, 드물게 가스 분출 현상도 관측됐다는 보고도 나왔다. 백두산 온천수의 온도가 오르는 현상도 중요한 이상현상의 하나로 꼽힌다. 사이언스는 중국 과학자의 말을 인용해 온천수의 온도가 지난해 섭씨 2도에서 3도로 올랐다가 다시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두고서는 과학계 안에서도 ‘온도차’가 뚜렷히 나타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이상현상의) 새로운 증거는 백두산이 활성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부 학자들은 “화산 분출이 임박했다는 식의 공포는 지나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고 사이언스는 전했다.
화산분출의 역사 기록
백두산의 화산 분출 가능성을 주목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는 엄청난 위력을 보여준 ‘과거 전력’ 때문이다. 그동안 역사기록과 화산재층 연구를 통해, 대략 1천 년 전에 거대 규모의 백두산 폭발이 있었으며, 그 여파로 화산 분출 물질이 중국과 한반도의 동북쪽으로 3만3천 평방미터에 걸쳐 퍼졌고, 멀리는 일본까지 날아가 화산재가 쌓였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사이언스는 이번 보도에서 1천 년 전의 백두산 대폭발을 소개하며 “과거 수천 년 기간에서 가장 거대했던 폭발”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의 규모에 맞먹는 정도”(탐보라 폭발 이후 지구촌에는 이른바 ‘여름 실종’라는 기후 사건이 생겼다)라고 보도했다. 윤성효 부산대 교수는 “인류 역사에 문자기록이 있은 이후에 가장 큰 규모의 화산 폭발 사건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백두산에서는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폭발도 100년에 한번꼴로 일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역사기록에서 확인된 것으로, 최근만 해도 1668년, 1702년, 1903년에 소규모 폭발이 있었다. 이 때문에 현재 백두산의 상태가 화산 분출의 주기에 들어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으며 이 때문에 백두산 화산 동향은 더욱 더 우려 섞인 관심을 끌고 있다.
조문섭 서울대 교수는 지나치게 주기설에 집착하는 건 곤란하다고 말한다. 그는 “1천년 주기설이 맞다면 현재는 1천년 규모 분출 주기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거대 폭발의 실제 주기가 2천년이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자연의 주기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인터뷰한 사이언스가 ‘1천년 주기설이 맞다면’이라는 단서 표현을 빼놓고 인용 보도해 자신의 말이 단정적인 말로 오해되었다고 말했다).
불확실성 줄일 국제협력연구
1천 년 전과 같은 대분출이 백두산에서 벌어지면 동북아 지역에는 크나큰 자연재앙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백두산 화산 분출이 ‘언제’ 일어날지, 그것이 대규모일지 소규모일지는 현재로선 자료와 연구 부족으로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고, 국내외 학자들은 대체로 입을 모으고 있다. 이 때문에 이런 불확실성을 걷어내려면 우선 체계적이고 정밀한 백두산 관측 활동이 국제공조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성효 부산대 교수는 “백두산에 대한 본격 관측이 10여년 밖에 안 됐기 때문에 데이터 자체가 부족하다는 게 큰 문제”라며 “지금까지와 다른 정밀한 모니터링이 중국과 북한 쪽에서 이뤄져 정밀한 데이터를 축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한과 중국이 참여하는 국제협력 연구가 이뤄져야 국경과 지역을 넘어서 종합적인 연구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제시된다. 특히 주로 북한 지역에 쌓여 있는 백두산 화산 분출 물질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조문섭 서울대 교수는 “1천 년 전 백두산의 대폭발로 생긴 화산재나 화산분출물질이 북한에 쌓여 있는데 연대 측정이나 성분 분석 등을 통해 과거의 분출 규모, 성격,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며 “과거를 알아야 백두산의 미래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수 지질연 박사는 직접적인 시추탐사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백두산 마그마 연구가 (간접 관측을 통한) 모형이나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것이라 실제값과는 다르기 때문에 (환자의 증상이 아니라 증상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마그마 가까운 곳까지 시추해 마그마의 거동을 실제에 가깝게 관찰할 수 있는 시추탐사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지속적이고 다각적인 관찰 데이터, 그리고 화산과 마그마의 학술연구가 어느 정도 쌓여야만,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과학적 신뢰를 갖춘 분석과 예측, 그리고 대비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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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지전류(MT) 탐사방법으로 들여다본 백두산 내부 마그마의 거동 데이터 일례. 아직은 오차 범위가 너무 크기 때문에 높은 신뢰도를 지닌 자료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다. 출처: 사이언스
그러나 이런 결과는 현재 학계에서 신뢰도 높은 연구결과로 주목받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사이언스 보도에서도, 두 나라 과학자들은 마그마의 위기와 거동에 관한 자신들의 연구결과에 대해 아직은 공간 해상도가 매우 낮고 오차 범위가 크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충분히 신뢰하기는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초기 연구로는 의미가 있지만 너무 크게 의미를 두는 것은 위험하다는 얘기다. 국내 학자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조문섭 서울대 교수는 “오차 범위가 워낙 크기 때문에 아직은 알기 힘든 상황”이라며 “여러 그림들이 많이 나오는데 사이언스에 보도된 것도 그것들 중 하나”라며 큰 의미를 달지는 않았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도 “(실제 상태를 직접 보여주는 게 아니라) 데이터를 이용해 작성한 모델이자 시뮬레이션의 결과”라며 “더 심각한 상황을 전하는 다른 연구도 많으며 학계에서는 아직까지는 그리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윤성효 부산대 교수도 “더 정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그마가 상승 중’임을 보여주는 근거는 어디에서 나올까? 윤 교수는 “온천 수온이 오른다는 것은 열원인 마그마가 가까이 다가온다는 것을 의미하며 온천 가스를 분석하면 마그마에서 나오는 헬륨 동위원소가 검출되는데 이런 것들이 2002년께 마그마가 일부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물론, 마그마의 ‘상승’ 거동 가능성은 백두산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지진파나 지전류 탐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들에서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 백두산 마그마의 위치, 규모, 거동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중국 쪽뿐 아니라 북한 쪽에서도 백두산 내부를 들여다보려는 정밀한 지구물리탐사가 국제협력 연구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국 지질학자 제임스 해먼드는 사이언스 보도에서 “백두산 내부의 완전한 그림은 지진계와 MT 탐사가 화산 전체를 가로질러 이뤄질 때에만 나올 수 있다”며 “이를 위해 북한 쪽에도 (더 정밀한 관측기기인) 광대역 지진계 8대가 설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백두산 지하의 마그마 방의 존재를 나타내는 지진파 토모그래피 분석도. 백두산 내부를 들여다보는 좋은 지구물리탐사 방법이지만 아직은 오차 범위가 크다는 한계가 있다. (김정배 이서행 외 지음, <백두산: 현재와 미래를 말한다>(2010)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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