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진 박사
강경진 박사팀, 감각수용체 작용과정 규명…네이처에 논문 발표
모기가 따뜻한 피를 빨아먹으려고 온혈동물을 찾을 때 쓰는 감각과 화학물질인 살충제를 피할 때 쓰는 감각이 한 가지 감각 통로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먹잇감은 쫓고 위험은 피하는 전혀 다른 반응의 뿌리가 하나인 셈이다.
이런 사실은 미국 브랜다이스대학 행동유전체연구센터의 강경진(사진)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한 연구팀이 따뜻함과 화학적 통각이라는 서로 다른 자극을 구분하는 감각수용체 ‘트립에이1’(TRPA1)의 작용 과정을 모기와 초파리에서 규명함으로써 밝혀졌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 온라인판에 최근 발표됐다.
비밀은 외부 자극을 감각신경세포에 전달하는 감각수용체의 변신 능력에 있었다. 강 박사는 “감각수용체는 아미노산으로 이뤄진 단백질의 일종인데, 감각수용체 끄트머리의 아미노산 결합구조가 아주 약간만 바뀌어도 여러 감각을 구분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은 처음에 초파리에서 확인됐으며 말라리아 매개 모기에서도 확인됐다. 그는 “염기서열을 분석해 보면 다른 곤충들도 비슷하게 감각수용체가 약간 다른 ‘이형체’를 만들어 여러 감각을 구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진화 과정에서 이런 감각 구분이 나중에 생겨났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기초연구는 피를 빨아먹는 곤충이 옮기는 말라리아 같은 질병을 막는 데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3월 감각수용체 트립에이1을 초파리에서 처음 발견해 <네이처>에 발표했던 강 박사는 “사람이 매운 고추를 먹을 때의 통증과 뜨거움을 느낄 때의 통증을 간혹 혼동하는 것도 여러 감각을 하나의 감각수용체를 통해 인식하기 때문”이라며 “사람한테 일어나는 독특한 감각 과정과 원리를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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