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그림 등 12일까지 전시
“서양에선 16세기 르네상스 이래 사람 몸을 탐구하는 해부학과 미술이 함께 발전해왔어요. 그래서 삶과 아름다움에 대응하는 죽음과 추함까지도 같은 미적 개념으로 이해했을 겁니다. 우리 문화에서도 더 많은 과학과 예술의 소통이 필요해요.”
의대와 치대 해부학교실에서 15년 가까이 사람 몸속을 구석구석 그려온 미술가 윤관현(43)씨가 그동안 그려온 작품을 간추려 ‘해부학과 예술’이라는 이색 전시회를 서울 대림2동 안국약품의 전시공간 ‘갤러리 에이지(AG)’에서 12일까지 열고 있다. 지난달 28일 찾아간 이 작은 전시장에선 섬세한 근육, 신경과 뼈의 그림과 조각 작품들이 오가다 잠시 들른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다.
윤씨는 “몸 구조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미술대학을 졸업하고서 1997년 해부학교실에 들어가 많은 배움을 얻었다”며 “몸은 과학으로 탐구하는 대상이자 미적으로 내가 찾고자 하는 궁극의 소재”라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의 죽음과 희생이 바탕이 된 이런 곤혹스러운 과학과 예술의 과정을 거쳤기에 서양 문화에선 삶과 아름다움, 죽음과 추함도 미학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회에선 인체 부위의 정밀사실화와 더불어 뭉크의 <절규> 같은 명화를 해부학의 시선으로 다시 그린 작품, 그리고 근육과 신경에 담긴 복잡한 얽힘의 생명 서사를 나무의 잔뿌리와 겹쳐 넘나드는 작품들이 선뵌다. 무료 관람, 월~토 오전 10시~오후 6시. medart.co.kr, (02)3289-4399.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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