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가 “과학계 스스로 주도해야”
미국 정부가 생물테러에 악용될 수 있다며 전염성이 강한 조류인플루엔자(AI) 변형 바이러스에 관한 과학논문의 발표를 제한하면서 ‘논문 검열’ 논란이 이는 가운데(<한겨레> 12월22일치 20면 3판부터), 국내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논문 발표의 제한 조처를 ‘받아들일 수 있다’와 ‘그럴 수 없다’는 의견이 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검열엔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국내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는 최근 과학논문 검열 논란과 관련해 연구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여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17일 발표했다. 설문에는 교수, 박사후연구원, 대학원생 등 592명이 참여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 미국 생물안보 국가과학자문위원회는 전염성이 강해 사람한테도 치명적 해를 끼칠 수 있는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H5N1) 변형체에 관한 연구결과를 일부만 논문에 발표하고 나머지는 제한된 연구자만 볼 수 있도록 해 ‘전례 없는 학술논문 검열’ ‘바이러스 악용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라는 찬반 견해가 엇갈리며 논란을 빚었다.
국내 연구자들은 설문에서 이번 조처를 대체로 ‘검열’(53%)로 받아들였으나, ‘매우 제한적이고 신중히 적용한다는 조건에서 찬성한다’(67%)는 응답도 많이 내놓았다. 연구결과의 악용 가능성 때문에 발표 제한을 한다면 수용하겠느냐는 물음에는 ‘수용하기 어렵다’(51%)와 ‘수용한다’(49%)로 답해 이번 논란이 쉽게 판단하기 힘든 쟁점임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정부 기관 주도로 검열 조처를 하는 방식엔 강하게 반대했다. 이런 조처가 필요하더라도 ‘과학계 스스로 주도해야 한다’는 응답이 51%로 가장 많았으며 ‘과학계, 정부기관, 시민단체로 짜인 새 기관이 주도해야 한다’는 응답(42%)이 뒤를 따랐다. ‘정부 기관 주도’는 2%였다.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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