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협 서울대 화학생명공학부 교수
루게릭병 등 진단에 활용 기대
국내 연구진이 루게릭병과 알츠하이머병 등 단백질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병들의 진단과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단백질 구조변화 측정 기술을 개발했다.
이종협(55) 서울대 화학생명공학부 교수와 강태욱(36) 서강대 화공생명공학부 교수 공동연구팀은 8일 금 나노입자가 서로 가까워지면 색깔이 변한다는 데 착안해 이를 루게릭병 관련 단백질과 결합시켜 단백질의 응집 현상을 관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루게릭병은 골격근을 움직이는 운동 신경세포가 점차 사멸해 온몸의 근육이 마비되면서 결국 사망에 이르는 불치병이다. 알츠하이머병 또한 뇌 속에 이상 단백질이 쌓이면서 뇌 신경세포가 죽어 점차 정신 기능이 쇠퇴하는 병이다. 이들 질병은 특정 단백질의 이상 응집에 따라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아직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나 혈액 검사로 진단하지도 못하고 치료 약물도 없다.
연구팀은 금 나노입자가 20㎚ 이하의 크기일 때 붉은 색을 띠지만 나노입자 사이의 거리가 더 가까워지면 입자끼리 상호작용을 해 점점 짙은 보라색으로 변하는 성질에 주목했다.
금 나노입자에 ‘슈퍼 옥사이드 디스뮤타제1’(SOD1) 단백질을 고정시킨 뒤 SOD1 단백질이 응집하면서 금 나노입자 색깔이 변하는 것을 감지하는 센서를 만들었다. SOD는 인체 안에서 활성산소를 산소와 과산화수소로 바꿔줘 독성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구실을 한다. 사람에게는 SOD1·2·3 등 3가지의 SOD가 존재하는데 이 가운데 세포질에 존재하는 SOD는 활성산소에 의한 세포의 노화를 억제해 수명을 연장시키는 데 핵심적 구실을 한다. 이 SOD1에 유전자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루게릭병의 원인이 된다.
이종협 교수는 “단백질의 구조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단백질의 응집 현상을 생체조건에서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 루게릭병 등의 발병 원인과 조기 진단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연구논문은 화학분야 권위지인 <케미컬 커뮤니케이션스> 2월호 속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케미컬 커뮤니케이션스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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