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내시경 로봇
한국과학기술연구원(키스트)이 최근 ‘로봇 대장내시경’ 기술 특허를 이탈리아 회사에 100만유로(약 15억원)에 팔았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전직 키스트 연구원이 “연구책임자를 허위로 발표해 연구윤리를 위반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05년까지 키스트에 몸담았던 박종오 전남대 기계시스템공학부 교수는 10일 언론에 배포한 ‘대장내시경 로봇 개발 책임자는 박종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키스트는 최근 로봇 대장내시경 기술의 수출을 발표하면서 남의 연구 성과를 자신의 것으로 둔갑시켜 연구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이를 시정하고 허위 발표를 한 연구자를 징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키스트는 이에 앞서 지난 8일 로봇 대장내시경 시스템 개발 기술 특허를 이탈리아 의료장비제조 전문기업인 ‘이아르에이(ERA) 엔도스코피’에 양도하면서 100만 유로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키스트는 이날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사업명을 ‘지능형마이크로시스템기술개발사업’으로, 총괄연구책임자를 김태송 박사로, 연구기간을 2000년 5월부터 2003년 6월로 밝혔다. 보도자료에는 박종오 전남대 교수와 김병규 항공대 교수가 공동연구기관으로 적시돼 있다.
로봇 대장내시경은 자벌레의 움직임을 본따 장의 굴곡 상태에 따라 자율적으로 구부러진 부위를 따라가며 내시경을 작동시켜 환자들이 느끼는 불쾌감과 고통을 없애고 장 천공(뚫림) 위험성을 줄일 수 있어 삼키는 캡슐형내시경과 함께 새로운 의료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박종오 교수는 “대장내시경 로봇은 2001년 9월 키스트 재직 때 총괄책임자로서 연구원들과 함께 개발에 성공해 2005년 이탈리아와 기술이전 계약까지 맺었다”며 “(키스트가 연구책임자로 발표한)김태송 박사는 개발 성공 당시 부분 책임자로 이름을 넣어주었으나 로봇 개발에 실제적인 참여를 하지 않았고 기술이전 계약의 행정적 뒷마무리만 맡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보도자료가 언론에 배포된 8일 전화로 자신의 주장을 김 박사와 키스트 쪽에 전달하고 전남대 총장 명의로 항의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태송 박사는 “지능형마이크로시스템개발사업단은 10년짜리 사업으로 2004년 이후 사업 종료 시점인 2010년 9월까지 내가 연구책임을 맡았다“며 “로봇 기술 개발을 할 때 박 교수가 총괄책임을 맡은 것은 맞지만 특허권은 기관 소유로 관례 대로 특허기술 양도 때의 책임자 이름을 넣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키스트도 10일 ‘전남대 보도자료에 대한 키스트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해명자료를 내어 “키스트가 특허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박 교수는 발명자에 포함되지 않았고, 대상 기술의 실시계약 체결 당시 사업단을 총괄한 김 박사를 대표 연구자로 홍보 문안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이탈리아 회사는 애초 대장내시경 로봇 개발에 참여한 이탈리아 연구팀의 연구원들이 출원했던 핵심 특허들만 사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 교수는 “애초 키스트가 보도자료를 배포했던 8일 밤 ‘사람 이름 없이 하기로 정리했다’는 연락을 해놓고도 애초 보도자료를 수정하지도, 언론 보도 내용을 정정하지도 않았다”며 “연구자들은 자신의 이름 하나 걸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들인데, 키스트가 연구윤리에 무뎌진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날 재차 보도자료를 내어 “제가 기술 이전 소유권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책임자의 자부심과 자존심을 훼손한 명백한 오류를 바로잡기를 원하는 것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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