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노산 ‘류신’, 단백질 형성하도록 하는 유도
김성훈 서울대·류성호 포항공대 교수 연구팀 발견
김성훈 서울대·류성호 포항공대 교수 연구팀 발견
국내 연구진이 세포가 몸속에 흡수된 아미노산을 단백질로 바꾸도록 신호를 보내는 ‘스위치 효소’를 처음 발견해 논문이 생물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셀>(15일치)에 실렸다.
김성훈 서울대 교수와 류성호 포항공대 교수 연구팀은 19일 근육을 만드는 아미노산 ‘류신’이 단백질을 형성하도록 유도하는 ‘엘아르에스’(LRS)라는 효소가 단백질 전환 여부를 결정하는 스위치 기능도 함께 담당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동물은 음식이나 약을 통해 흡수한 20개의 아미노산을 원료로 근육 등 신체 구성성분을 만들거나 에너지로 전환해 사용한다. 아미노산은 단백질 합성에서부터 면역·식욕·산알칼리 조절, 혈액순환, 생식, 성장 발달 등 생명 현상을 관장하는 만능맨이다. 이 가운데 ‘류신’은 간에서 분해되지 않는 아미노산으로 혈액을 타고 장기나 근육으로 운반돼 세포 안 단백질 공장인 리보솜에서 단백질로 합성된다. 근육맨들이 류신이 많이 들어 있는 닭가슴살이나 아미노산 음료를 먹는 이유는 류신을 먹으면 근육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류신을 리보솜으로 운반하는 구실을 하는 효소가 엘아르에스다. 그러나 엘아르에스가 날라온 류신을 어느 정도 단백질로 만들어 출고를 할지를 누가 리보솜에게 알려주지는 알려져 있지 않았다. 생명과학자들은 리보솜 바깥에 단백질이 충분하다면 류신을 단백질로 만드는 작업을 중단하고, 부족하다면 작업을 촉진하는 신호등 구실을 하는 요소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20여년 전부터 찾아왔다.
연구팀은 엘아르에스가 류신을 리보솜에 날라주는 운반책 노릇뿐만 아니라 리보솜에 날라져온 류신을 단백질로 만들지 신호를 보내는 스위치 구실도 한다는 사실을 여러가지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연구팀이 엘아르에스의 발현을 억제하자 단백질 합성이 활성화하지 않았다. 또 엘아르에스와 류신의 결합 부위를 돌연변이 시키자 류신이 존재해도 단백질이 형성되지 않았다. 특히 연구팀은 엘아르에스와 류신이 결합하면 구조가 변형돼 엠토르(mTOR)라는 단백질 합성 조절 신호전달체계에 결합해 단백질 합성이 활성화하는 것을 발견했다. 김성훈 교수는 “그동안 많은 연구팀이 다른 요소들이 이런 스위치 구실을 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찾아왔지만 우리 연구팀이 엘아르에스가 직접 스위치 구실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내자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엠토르 신호전달 경로는 암세포에서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돼 있어 암 치료제 타깃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엘아르에스가 이 엠토르 신호전달 경로와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은 대사-단백질합성조절-암이 연결되는 중요한 발견으로 <셀>이 논문 게재를 수락한 이유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논문 제1저자인 한정민 서울대 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 연구부교수는 “엘아르에스처럼 아미노산 스위치가 고장났을 때 암, 당뇨, 노화 등 질병이 일어나며 특히 암 조직에서 엘아르에스가 과발현한다는 보고도 있다”며 “엘아르에스가 암, 당뇨, 수명조절 등의 신약개발 타깃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김성훈 서울대 교수
배우 이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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