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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먹통인데 핵연료 옮겨…고리 1호기에 안전규정은 없었다

등록 2012-03-21 21:11

원자력안전위, 조사결과 발표
외부전원 3개중 2개 차단된 상태서 정비하다 사고
“핵심은 안전의식 결여”…한수원 간부들 고발키로
지난달 9일 발생한 고리 원전 1호기 전력공급 중단 사고에 대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 결과, 작업일정을 무시한 채 전력 단절 실험을 하고, 비상디젤발전기가 가동되지 않는 상태에서 핵연료를 꺼내 옮기는 등 규정을 위반한 행위가 잇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원자력안전위는 사고 은폐를 주도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직원들을 사법기관에 고발 조처하기로 했다.

원자력안전위는 21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위원회 대회의실에서 ‘고리 1호기 전력공급 중단사건 조사현황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고리 1호기 발전소장 등 간부들이 전력이 끊겨 비상 발령 상황임에도 이를 은폐하고 상부와 안전위에 보고하지 않아 원자력안전법 등 관련법을 위반한 사실이 명백해 법률가의 자문을 거쳐 형사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자력안전법상 보고 의무를 어겼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원자력안전위 조사에서, 이번 사고는 고리 1호기 예방정비를 맡은 용역업체가 한수원 쪽에 알리지도 않고 일정을 앞당겨 작업을 하면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의 직접 원인인 발전기 보호계전기 시험은 애초 이틀 뒤인 2월11일에 실시될 예정이었다. 사고가 난 9일은 외부 전원 3개 가운데 2개가 차단된 상태여서 작업을 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시험 도중 나머지 한 개의 전원이 나갔고 공교롭게 비상디젤발전기도 고장이 나 발전소가 ‘블랙아웃’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용역업체는 일정을 변경할 경우 한수원 정비통제센터에 알리게 돼 있음에도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사고 다음날인 10일에는 비상디젤발전기가 작동하지 않는 상태인데도 핵연료를 꺼내 옮긴 사실도 드러났다. 원전 운영기술지침서에는 핵연료를 인출·이송하려면 적어도 1대의 비상디젤발전기가 운전 가능한 상태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2대의 비상디젤발전기 가운에 전날 고장난 비상디젤발전기는 이날까지 정상 작동되지 않았고 나머지 한 대도 정비를 위해 분해된 상태였다. 당시 외부 전원은 들어온 상황이었다.

고장이 났던 비상디젤발전기는 2월26일 한수원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외부 전원 절체시험 때도 작동이 되지 않았으나, 직원들은 일지에 정상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기록하는 등 의도적인 은폐가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외부 전원이 끊기면 1초 안에 돌아야 할 비상디젤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았음에도 안전점검 절차서와 작업일지에 모두 정상인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고 안전위는 밝혔다. 이런 사실은 작업일지에 ‘비상디젤발전기를 점검 뒤 재시험해 정상가동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확인됐다. 이런 상태에서 고리 1호기는 3월4일 재가동에 들어갔고, 사고가 알려진 12일 원자력안전위에 의해 강제로 정지됐다.

원자력안전위는 고리 1호기의 재가동에 대해 “비상디젤발전기의 정상작동 등 안전운행이 확인될 때까지는 재가동 허가를 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안전위는 말썽이 된 비상디젤발전기의 공기공급밸브를 2개로 늘리되 신품으로 교체하는 한편 이동용 디젤발전기를 추가 배치하도록 한수원에 지시했다. 또 안전위는 이번과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원전 부지별로 주재관을 두고 있는 현 제도를 개선해 지역사무소 형태로 확대 개편하고, 근무인력을 현재 20명(부지별 5명)에서 100명(부지별 25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창순 원자력안전위 위원장은 “이번 사건의 핵심 원인은 안전의식 결여에 있다”며 “한수원이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안전문화 수준을 진단받는 안전문화평가(SCART) 수검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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