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미래&과학 과학

“액체속 원자들 움직임 관찰”
카이스트 ‘80년 난제’ 풀었다

등록 2012-04-06 08:32

그래핀 액체 용기를 이용해 관찰한 백금 결정 성장 모습
그래핀 액체 용기를 이용해 관찰한 백금 결정 성장 모습
이정용 교수팀 그래핀 이용
연료전지 촉매 연구 등 쓰여
국내 연구진이 80년 동안 학계의 난제로 여겨져온, 액체 속 원자들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개발해냈다. 연료전지 촉매 연구나 혈액 속 바이러스 관찰 등 다양한 분야의 원천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의 이정용(사진) 교수 연구팀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와 공동연구를 통해 그래핀으로 액체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을 제작해 액체 안에서 백금 원자가 결정으로 자라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해냈다고 5일 밝혔다. 액체 속 원자 활동의 분석은 1931년 독일 과학자 에른스트 루스카(1986년 노벨물리학상 수상)가 투과전자현미경(TEM)을 개발한 이래 80년 동안 풀리지 않는 학계의 난제였다. 연구팀의 논문은 신소재공학과의 육종민 박사를 제1저자로 저명 과학저널 <사이언스> 5일치(현지시각) 온라인 속보와 인쇄본에 동시에 실렸다.

투과전자현미경은 가시광선 대신에 전자빔을 이용해 광학현미경보다 1000배 넘는 분해능(해상도)으로 원자 단위까지 분석이 가능하지만 전자가 공기를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진공 속에서만 작동할 수 있는 한계를 지녔다. 액체는 진공 속에서 증발해버리기 때문에 이 현미경으로는 지금까지 고체 형태의 시편만을 분석할 수 있었다. 2009년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팀이 질화규소(실리콘) 등 유리계열로 그릇을 만들어 백금 나노입자의 결정 성장을 관찰해 <사이언스>에 보고했지만 실리콘은 두께가 두꺼워 원자 단위까지 분석하지는 못했다.

카이스트 연구팀은 그래핀을 이용해 수백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두께로 액체를 담을 수 있는 용기를 제작했다. 그래핀의 두께는 0.34㎚에 불과하다. 이 용기에 나노미터 크기의 결정들이 들어 있는 액체를 담으면 투과전자현미경 안에서 그래핀은 투명하게 보인다. 투명한 유리 어항에 담긴 물에서 물고기를 눈으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백금 결정들이 원자 수준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자라는지를 처음 관찰할 수 있었다.

육종민 박사는 “지금까지 액체 속의 백금 원자들은 서로 부딪힌 뒤 같은 방향성을 가지면 결정이 이뤄진다는 가설과, 애초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어야 서로 만나 결정을 이룬다는 가설이 맞서왔는데 이번 실험 결과 후자가 맞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이정용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액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을 원자 규모로 관찰하는 원천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물이 전기분해될 때 산소와 수소의 실제 모습, 리튬전지 등의 촉매나 각종 센서에서의 원자들 움직임, 혈액 속에서 바이러스가 단백질과 결합하거나 단백질을 끊어내는 실시간 장면, 디엔에이(DNA) 염기 서열 등을 직접 관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미래&과학 많이 보는 기사

과학자들은 외계인의 존재를 얼마나 믿을까? 1.

과학자들은 외계인의 존재를 얼마나 믿을까?

영양 가득 ‘이븐’하게…과학이 찾아낸 제4의 ‘달걀 삶는 법’ 2.

영양 가득 ‘이븐’하게…과학이 찾아낸 제4의 ‘달걀 삶는 법’

온 우주 102개 색깔로 ‘3차원 지도’ 만든다…외계생명체 규명 기대 3.

온 우주 102개 색깔로 ‘3차원 지도’ 만든다…외계생명체 규명 기대

2032년 소행성 충돌 위험 2.2%로 상승…지구 방위 논의 시작되나 4.

2032년 소행성 충돌 위험 2.2%로 상승…지구 방위 논의 시작되나

시금치·양파·고추…흰머리 덜 나게 해주는 루테올린의 발견 5.

시금치·양파·고추…흰머리 덜 나게 해주는 루테올린의 발견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