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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4할타자 사라진 이유가 선수들이 잘해서?

등록 2012-04-12 20:36수정 2012-04-12 22:16

“기량저하 아닌 향상 때문”
프로야구 30년기록 분석
타율 연평균 0.3리씩 올라
‘투고타저’ 는 틀린 것으로

“굴드의 가설 검증해보자”
지난해 정재승 교수 제안
일반인 58명 검증에 참여

프로야구에서 4할 타자가 사라진 이유는 ‘타자의 기량 약화와 투수의 기량 향상 때문’이라는 속설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최고 타율 선수와 최저 타율 선수 사이의 격차가 줄어들어 튀는 선수가 사라졌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말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의 제안으로 시작해 4할 타자의 실종 원인을 분석해온 집단지성 연구모임 ‘백인천 프로젝트’는 3개월여에 걸친 연구분석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12일 밝혔다. 정 교수는 지난해 12월18일 트위터에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당시 문화방송(MBC) 감독 겸 선수인 백인천이 4할1푼2리의 타율을 기록한 이후 타율 ‘4할’의 벽을 깬 선수는 없다”며 “4할 타자가 사라진 이유를 찾아 한국 프로야구에서 ‘굴드의 가설’을 검증해보자”는 제안을 올렸다. 4할 선수의 실종은 미국의 경우 1941년 테드 윌리엄스가 4할을 기록한 유일한 선수로 남아 있고, 일본에는 아예 연타율 4할 기록조차 없을 정도로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동안 야구계에서는 4할 선수가 사라진 요인으로 ‘타자의 기량 약화’ ‘투수의 전문화와 기량 향상’ ‘경기장 변화’ 등을 꼽아왔다. 이 속설이 맞는지 정 교수의 트위터를 보고 모인 건축가, 호텔 매니저, 회사원, 법률가, 의사, 영문학과 출신 대학원생 등 비과학자 58명이 과학적 검증작업에 나섰다.

‘백인천 프로젝트’라 이름지은 연구모임은 지난 30년 동안의 프로야구 기록을 훑어내려갔다. 이들이 타자의 기량을 나타내는 지표인 평균타율, 출루율, 장타율 등을 계산해보니 타율은 연평균 0.3리 상승했으며, 출루율과 장타율도 해마다 0.6리와 1.1리씩 좋아졌다. 반면, 투수의 9이닝당 삼진 수는 해마다 조금씩 올라갔지만 평균자책점과 이닝당 출루 허용률도 상승해 투수 기량은 해마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투고타저’는 야구계가 4할 타자 실종을 설명하려는 통설이었을 뿐 실제로는 ‘타고투저’가 진실임이 입증된 것이다. 특히 타자와 투수 모두 기록이 좋은 선수와 낮은 선수 사이의 기량 차이를 나타내는 표준편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백인천 프로젝트팀은 백인천의 타율과 같은 숫자인 이날(4월12일) 서울 신촌 한 카페에 모여 그동안의 활동 경위와 결과를 정리한 논문 초고를 발표했다. 이들은 한두달 안에 논문을 완성해 국제 과학저널에 투고할 예정이다. 정재승 교수는 “과학에 대해 일반인이 이해하기 벅차다는 인식이 많지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이면 과학자들이 하는 연구를 과학자 못지않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굴드의 가설

미국의 진화생물학자이자 야구광인 스티븐 제이 굴드(1941~2002)가 자신의 책 <풀하우스>(1996년)에서 “미국 프로야구에서 4할 타자가 사라진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시스템이 안정화돼 최고 타율의 선수와 최저 타율 선수 사이의 차이가 줄어들어 튀는 선수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며, 장기적으로 2할6푼으로 수렴된다고 주장한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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