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단 세차례뿐…남서풍에 막혀 만주·연해주로 빠져나가
기상청은 지난 2월23일, 올해 봄철 기상전망에서 “황사 발원지에 강수량이 적었고 토양 수분 또한 적어 황사 발원이 양호한 상태로, 올봄 황사 발생일수는 평년(5.1일)과 비슷하겠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올해 황사는 3월24일과 31일, 4월28일 세 차례 발생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 황사 발생일수(전국 26개 황사 관측지점에서 각각 관측된 황사 횟수의 합을 전체 지점 수인 26으로 나눈 값)는 0.3일에 불과하다. 4월28일에는 강원도 속초에서만 옅은 황사가 관측돼 4월의 황사 일수는 사실상 0일(26분의 1일)이다.
기상청의 예측은 빗나간 것일까? 전영신 국립기상연구소 황사연구과장은 16일 “3시간마다 국제황사공동관측망을 통해 보고되는 자료를 보면 올해 몽골과 중국 북동지역인 만주 지역에서의 황사 발원이 여느 해와 다를 바 없었다”고 말했다. 기상전망의 절반은 맞았다는 얘기다. 그러면 황사는 왜,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황사연구과의 이상삼 연구사는 “올해 우리나라는 남서쪽에서 북동쪽으로 흘러가는 바람이 많았다”며 “황사가 북서풍을 타고 한반도에 유입되지 못하고 한반도 북쪽 만주와 러시아 연해주로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전 과장은 “봄철 우리나라는 시베리아기단과 태평양기단이 힘겨루기를 하는 경계선에 놓인다”며 “보통 4월에는 북서쪽에서 내려오는 기류가 강한데 올해는 남쪽 기류가 강해 남서풍이나 남풍이 불었다”고 분석했다.
오는 25일까지 예측한 기상 자료로는, 17~23일 북서 기류가 들어오지만 강하지 않고 발원지에서는 황사가 발생하지 않는 조건이어서 보름이 채 안 남은 올봄에 황사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 만약 5월에도 황사가 발생하지 않으면 올해는 황사가 하루도 없었던 1994년 이래 황사가 가장 적은 해가 된다. 기상청이 황사특보를 도입한 2002년 이래 황사경보(평균 미세먼지 농도 800㎍/㎥ 이상인 상황이 2시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림)를 한번도 내리지 않은 해로도 기록된다. 하지만 2009년에는 5월31일 진한 황사가 온 적이 있어 단정을 내리기는 섣부르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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