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단지개미
싸움에는 처절한 희생을 낳는 진짜 싸움도 있지만 싸우는 척하며 타협과 적응에 이르는 ‘의례적인 전투(ritual combat)’도 있습니다. 사람만이 그런 의례적 전투를 하는 건 아닙니다. 행동동물학자들은 동물 세계에도 그런 의례적인 전투가 나타난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마이클 횔도블러라는 과학자 연구팀은 미국 남서부에 사는 ’꿀단지개미(Myrmecocystus mimicus)‘라는 개미들 사이에서 집단끼리 부딪쳐 우열을 결정할 때 의례적 전투 의식이 행해진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 5월18일치에 보고했습니다. 두 개미 집단에 부상이나 상처를 입히지 않으면서 서로 호전적인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롭기 때문에 이런 행동이 진화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자들은 풀이하고 있습니다.
개미들의 싸움 장면을 담은 동영상에서 두 집단의 꿀단지개미는 서로 마주치자 유심히 살펴보며 흥미로운 행동을 보입니다. 머리를 높이 들고, 배를 하늘을 향해 높이 들어 보이며 경계하는 두 개미는 다리와 더듬이로 상대방을 걷어차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같은 집단의 동료 개미들이 몰려와 다른 집단의 개미들과 맞붙어 걷어찹니다. 개미들은 상대를 바꿔가며 아무런 부상과 상처를 입지 않고 며칠에 걸쳐 전투를 반복합니다. 개미들은 상대 집단과 싸우며 어느 쪽이 더 수가 많은지를 가늠하죠. 대개는 작은 집단이 큰 집단에게 항복하게 됩니다. 만약 한 집단의 규모가 다른 집단에 비해 압도적으로 클 경우, 큰 집단은 작은 집단으로 쳐들어가 식량을 빼앗고 여왕개미를 죽이는 일도 서슴치 않습니다.
■ 성은-수현의 플러스 채팅
성은: 서로 엄포를 놓으면서 상대를 가늠하는 싸움이라고나 할까? 평화적인 전투 방식이네. 꿀단지개미 말고도 의례적 전투를 치르는 동물이 또 있나?
수현: 흠.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초록낫부리새(Phoeniculus purpureus)도 꿀단지개미와 마찬가지로 의례적 전투를 치른다고 알려져 있어.
성은: 인간에게서도 의례적 전투 방식이 행해진대. 뉴기니아의 부족끼리 치르는 전투에서 볼 수 있지. 무장한 용사들이 모여 서로 악을 지르고 겁을 준다나?
수현: 저녁에는 모두들 쉬기 위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대. 그러고는 다음날 또 악을 버럭버럭 지르며 싸우는 거지. ㅋㅋㅋ
성은: ㅋㅋㅋ 좀 웃기긴 하다. 인간의 모든 전쟁이 이런 방식으로 치러진다면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을 텐데.
수현: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인간이 과연 그 정도로 진화할 수 있을까? ㅋㅋㅋ
[ ‘뉴스플러스’는 사이언스온의 과학저널리즘 동아리 '과감'의 회원인 김수현, 김성은 님이 주로 운영하는 뉴스룸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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